[국회 대정부질문 결산]내용면선 거의 진전없어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49분


《나흘간에 걸친 국회 대정부질문이 14일 끝났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16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고 의정 사상 처음으로 일문일답이 도입돼 여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으나 형식과 운용면에서 일부 개선된 점을 제외하고 내용면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다.》

▼앵무새의원들/하나같이 당론 되풀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거의 하나같이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당론을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이로 인해 본회의장은 자주 ‘당론 선전장’처럼 비쳤다.

한나라당은 4·13총선 선거부정 시비와 북한의 이회창(李會昌)총재 비방발언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짐으로써 한차례 정회소동까지 빚었다. 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 첫날과 마지막날 모든 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릴레이식으로 부정선거시비를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당초 원고에도 없던 내용을 급히 끼워넣기도 했다.

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남북정상회담과 경제문제에 대한 ‘찬사’ 일변도의 평가를 내놓았고 정부에 대한 ‘두둔성’ ‘비호성’ 질문을 쏟아냈다.

▼'맹탕' 일문일답/준비없이 얼렁뚱땅▼

금년초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처음으로 보충질문을 일문일답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전문성이 없는 질문, 국무위원들의 무성의하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새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4·13총선은 깨끗하지 않았느냐”며 유도성 질문을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거나 장관의 답변을 제지하며 “왜 거짓말하느냐”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눈총을 샀다.

이로 인해 문답을 통해 국정현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고자 했던 본래의 의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완책은 없나?/소신발언 여건 만들어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정부질문을 위해서는 각 당의 지도부나 의원들의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각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당론에서 해방시켜 줘야만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성 있는 국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주장―일방적 답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괄질문 시간(15분)을 줄이더라도 일문일답 시간(15분)을 더 늘려 국회와 행정부가 ‘이해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일부 국회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대정부질문보다는 특정 현안에 대해 관심 있는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원위원회’ 제도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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