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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1>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말하는 김재원 용산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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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1>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말하는 김재원 용산경찰서 경위

동아일보입력 2012-04-23 03:00수정 2012-04-2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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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지문은 예술품이라는… CSI의 내일”
김재원 서울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경위는 한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사건 현장이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10년 뒤에는 더 나은 과학수사 전문가가 돼 현장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재원 경위 제공
《 ‘명사가 쓰는 100인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싣습니다. 올해 선정된 ‘10년 후 한국을 빛낼 100인’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스승과 선후배 동료 등의 유명 인사가 공개합니다. 개인적 인연의 소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와 독자 여러분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도 제시합니다. 》
표창원 교수
김재원은 과학수사요원(CSI)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물에 빠진 시신’이 가장 많은 서울 한강변 서울용산경찰서 소속 현장감식요원(경위)이다. 한강은 밤과 낮, 평일과 휴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시신을 내놓는다. 때로는 오랜 시간 가라앉아 있다가 떠오른, 퉁퉁 붇고 심하게 부패된 시신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재원은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 때론 휴가를 받아 여행을 떠났다가도 시신이 나타나면 누구인지 파악해 유가족에게 알려주고 범죄 혐의 여부를 밝히기 위한 지문 감식을 하러 현장으로 가야 한다. 이제 지겨울 법도 하건만 그는 “지문은 참 예쁘다. 세상 어떤 예술품보다 아름다운 것 같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30대 여성, 한창 외모와 이성에 신경 쓰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이건만 김재원의 월급은 나오자마자 밀린 카드 대금으로 몽땅 빠져나간다. 그동안 인터넷서점을 뒤져 찾은 새로 나온 지문 관련 외국 전문서적과 경찰에서는 아직 지급하지 않는 첨단 과학수사 장비와 시약, 기구들을 사들인 대가다. 게다가 지난 연말연시에 연가를 모두 모아 사비로 다녀온 미국 과학수사 전문교육 참가 비용의 압박도 만만찮다.

아끼는 제자이자 후배인 그에게 참다 참다 작정하고 물어봤다. “도대체 왜 이러고 사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할 법도 한데 싱글싱글 웃으며 답한다. “그냥… 좋으니까요.” 천재도, 수재도 ‘좋아서 하는 사람’한테는 못 당한다. 내가 김재원을 ‘한국 경찰 CSI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다. 경찰대 졸업생의 대다수가 힘들고 어렵고 대우가 낮은 ‘현장’에는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승진이 빠른 기획과 정보 등의 부서를 찾거나 고시 등을 통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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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정성을 다해 키운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현장이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달래주고 생명을 지키는 소중하고 성스러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힘들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노력한 대가는 터무니없이 작을지 모르지만 가슴에, 마음에 남는 보석 같은 보람이 있다. 그 진리를 깨친 김재원은 고수다.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는 말이다.

김재원은 범죄현장 수사가 주는 보람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그의 팀장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순경부터 시작해 평생 현장에만 있었던 그의 팀장이 경험과 노력으로 체득한 실력 앞에 경찰대를 졸업하고 법과학대학원을 다니는 엘리트 경찰인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해 보여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고 한다. 김재원은 주말 시간을 모두 대학원 수업에 투입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사들과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강의하는 법과학과 과학수사 강의를 듣다가 현장수사와 지문감식 시간에는 그 스스로 강사가 돼 강단에 선다. 김재원은 강의도 잘한다. 자신이 실제로 수사하고 해결한 사건들을 이론과 적절하게 조합해 추리소설처럼 구성한 뒤 강의로 풀어놓으면 수강생들이 정신줄을 놓고 빠져든다.

그런 김재원의 앞길에도 수많은 시련과 한계,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척박한 대한민국 법과학과 과학수사 환경이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그의 발목을 붙잡기도 할 것이고 여자라는 특성을 부각해 좀스러운 공격을 해대는 치졸한 동료도 나타날 수 있다. 현장의 달인으로 남아야 할지, 학문으로 승화해 교육과 연구의 길로 들어서야 할지 선택과 갈등의 순간이 다가올 수도 있다. 운명처럼 나타난 남성과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면 현장수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믿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행보 하나 하나는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CSI들에게 길과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의 땀과 노력으로 인해 대한민국 과학수사 수준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 발전하게 되리라는 것을. 김재원과 그를 닮은 대한민국 과학수사 경찰관들로 인해 범죄 피해자들의 한과 억울함이 줄어들고 범죄자들의 한탄과 후회는 커지고 늘어나게 되리라는 것을. 힘내라, 차세대 대한민국 대표 CSI 김재원.
#표창원#김재원#과학수사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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