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첫 봉송 주자 200m 달리는데 10분… ‘아수라장 첫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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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스포츠부
강홍구·스포츠부
역사적인 첫걸음은 떼는 일도, 지켜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1일 인천대교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국내 성화 봉송 첫 주자로 나선 피겨 유망주 유영(13·과천중)은 출발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2000명이 넘는 서포터스가 모인 혼잡한 상황에서 행사 진행자의 출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그저 웃고 넘어갈 만했다.

하지만 해프닝은 그저 해프닝에 그치지 못했다. 성화 봉송이 시작되면서 인천대교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수천 명의 인파가 한데 엉켰다. 이 바람에 성화는 러시아워에 발목이 잡힌 차량처럼 좀처럼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했다. 첫 봉송 주자 유영이 200m 구간을 이동하는 데 10분 가까이 걸렸다. 행사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넘어져 밟힐 뻔한 아찔한 장면도 속출했다.

이 같은 대혼란은 성화 주자의 동선을 미리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올림픽 성화 봉송에는 마라톤 경기에서처럼 안전펜스를 설치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한다. 누군가의 개입으로 성화가 꺼지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인천대교에서는 안전펜스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안전요원들의 제재도 턱없이 부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화 주자의 뒤를 이을 행사차량조차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역사적인 첫 성화 봉송을 마친 유영은 인터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성화 봉송에 앞서 국내외 취재진이 탑승한 버스가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는 사건도 있었다. 영종도 지리를 잘 모르는 기사가 운전대를 잡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외신기자들은 당황했다.

“전국체육대회 규모의 성화 봉송만 생각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은 준비 부족을 드러내며 오히려 공분을 샀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이 그야말로 ‘쌍팔년도식’ 대회 운영으로 코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였다. 올림픽 개막까지는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인천에서 강홍구·스포츠부 windup@donga.com
#평창올림픽#성화 봉송#성화 봉송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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