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트럼프-시진핑의 치킨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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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중 일부에 10% 관세를 부과합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23일 미국산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에 대한 5∼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750억 달러 규모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다시 맞대응했습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 급락했고, 다우와 S&P500지수도 2%대의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을 때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될 거란 전망이 오갔습니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두 정상의 만남에선 양국 간 의견 차를 좁힐 수 있는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이어진 상하이 고위급 무역협상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홍콩 시위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투기 판매 등 상황이 겹치면서 협상의 실타래는 더욱 꼬여가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더 거칠어졌습니다. 그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그들이 없다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이 있습니다. 도로 양쪽에서 두 경쟁자가 서로의 차를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입니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chicken)’, 즉 겁쟁이 취급을 당합니다. 만약 둘 다 자존심을 내세워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양쪽 모두 파국을 맞게 되지요. 이처럼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을 바로 치킨게임이라고 합니다.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군비 경쟁을 빗대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파국으로 가는 치킨게임을 끝내는 게 유일한 살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진(전쟁)과 회피(타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두 나라의 치킨게임 말입니다. 미중 간 치킨게임을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1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GDP 역시 세계 평균치인 0.6%, 중국은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킨게임을 벗어날 방법도 있습니다. 두 나라가 핸들을 꺾는 ‘회피’를 약속하고 만일 상대가 약속을 어길 경우에는 자신도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걸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죠. 이 같은 억제 전략을 통해 세계가 경제전쟁의 파국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당사국들도 잘 알기 때문에 타협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치킨게임으로 얽혀 있는 이 고차방정식의 올바른 해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미중 무역갈등#g20#중국산 제품#관세부과#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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