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궤양성 대장염… 신약개발 늘며 치료 여건 좋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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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TV 드라마의 소재가 될 만큼 이제 염증성 장 질환은 그렇게 낯선 질환이 아닌 듯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알 수 없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위장관에 염증이 생겨 복통, 체중 감소, 설사, 혈변 등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보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2018년 기준 국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약 6만 명을 넘어섰다. 2014년과 비교해서 약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과거 유럽이나 북미 등 서구에서 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요즘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유병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발병 원인 및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질병 유발 원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염증성 장 질환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등 관련 물질이 발견됐고 이러한 사이토카인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질환의 경과를 개선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됐다.

흔히 발암 과정의 특정 표적인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암 치료제를 표적 항암제라고 하는데 생물학적 제제 역시 염증성 장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한 물질만 차단한다는 점에서 표적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염증성 장 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TNF-알파 억제제가 유일했는데, 최근 다양한 기전의 약제가 다수 출시되면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환자와 의사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의 완화뿐만 아니라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을 줄여 수술 및 합병증 위험도를 낮춰준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당뇨병, 골다공증 등 많은 부작용을 가진 스테로이드 호르몬 제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환자와 의사의 많은 고민을 해소해 준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도 염증성 장 질환에서 임상적 관해를 넘어 점막을 치유하는 것을 새로운 치료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제제가 발전하고 치료의 가이드라인도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 중에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 비중이 서구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내 보험급여 기준에 따르면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 기존 보편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염증성 장 질환 환자만 보험급여 적용을 받아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진적인 치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진행성 염증 질환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환자에 따라 질환이 진행하는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필요한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조기 투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어떤 약제를 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의사와 환자의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난치성으로 진행하는 특성을 지녀 치료의 적기를 놓치면 많은 후유증을 유발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환자는 의사의 안내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지속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송근암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헬스 동아#건강#염증성 장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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