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6번째 대멸종의 주범은 인류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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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피터 브래넌 지음·김미선 옮김/448쪽·2만2000원·흐름출판

“전 지구적 참사의 가장 미더운 단골 관리자는 기후와 해양에 가해지는 극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의 동력은 지질활동 자체인 것으로 드러난다. …대륙을 통째로 뒤집을 힘이 있는 화산은 기후와 해양에도 종말이라고 할 만한 혼돈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드문 분출성 격변이 일어나는 동안에 대기에는 화산성 이산화탄소가 꾸역꾸역 채워진다. 그럼으로써 역대 최악의 대멸종이 벌어지는 사이 행성은 지옥처럼 썩어가는 무덤이 되고, 뜨거운 해양은 산성화되며 산소에 굶주린다.”

대멸종이라고 하면 보통 소행성의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공룡은 친숙하고, 충돌은 강렬하니까. 맞다. 그러나 나머지 4번의 대멸종의 원인은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주범은 우리가 매일 숨을 쉴 때도 내뿜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조절 장치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복사열을 흡수해 지구를 덥게 만든다. 그러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비에도 많이 녹아 빗물의 산성도가 높아지고, 암석을 더 많이 녹여 바다로 흘러든다. 이를 해면 산호 플랑크톤 생물체들이 흡수해 바다 밑에 탄산칼슘 석회암의 형태로 매장한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지면 지구는 다시 식는다.

한데 이 온도조절 장치는 가끔 고장이 난다. 첫 대멸종으로 꼽히는 4억45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때도 그렇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감소가 빙하시대를 불러왔고, 대멸종으로 이어졌다. ‘대 생물 다양화 사건’이라고 불릴 정도로 약 4000만 년에 걸쳐 다양한 생물이 번성했던 시대가 순식간에 끝난 것. 그리고 지구가 대멸종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데 500만 년이 걸렸다.

저자는 행성과학이 전문인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다. 전문가를 만나고 지질학적 사건을 보여주는 현장을 누비며, 위트 있는 문장으로 대멸종의 범인을 쫓는다.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 대멸종의 주범으로 꼽힌다는 점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인류세’의 인류는 그와 맞먹을 정도로 온실가스를 분출해대고 있으니 말이다. 낯선 고생물의 화석 사진이나 그림이 없는 점은 아쉽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멸종 연대기#피터 브래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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