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민주주의 대공황을 넘자/2부]<3>‘룰’부터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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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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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국회’ 몰아낼 마지막 기회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건물은 동양 최대 규모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논의 수준은 낯 뜨거울 정도다. 10월 28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간 대화 중 한 대목이다.

“위원장과 양당 간사가 책임져라!”(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이 사람, 말을 해도 너무 하는구먼 진짜!”(민주당 변재일 위원장)

“장관하고 짝짜꿍하는 거냐고요!”(이 의원)

“조용히 해!”(변 위원장)

“어디다가 반말이야!”(이 의원)

“이 자식이 말이야.”(변 위원장)

이날 회의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예산심사를 받지 않고 해외 출장을 간 데 대해 교과위 소속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파행을 겪다가 1시간 20분 만에 아무 논의 없이 끝났다.

해머 국회, 최루탄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폭력 대치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회의록을 들춰보면 언어폭력과 비상식적 대화도 비일비재하다. 올 9월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정상적인 표결 처리가 오히려 뉴스가 될 정도다. 이런 풍토에서 ‘다수결의 원칙’이나 ‘소수 의견의 존중’이란 민주주의 가치가 싹을 틔울 리 없다.

‘공룡 여당’은 소수 의견을 깔아뭉개기 일쑤고 ‘생떼 야당’은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며 짓밟히기 전략으로 나서는 행태가 2011년 12월 현재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폭력의 전당일 뿐이다. ‘나쁜 18대 국회’가 그나마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길은 이른바 ‘국회 폭력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임기 내에 처리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타협과 표결의 ‘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올 6월 국회 폭력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만들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여야 충돌의 씨앗을 사실상 없애는 대신 심사 기한을 정해 기한이 지나면 안건을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자동 회부하겠다는 것이다. 해마다 국회 폭력의 정점을 찍었던 ‘예산 충돌’을 막기 위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은 무조건 11월 30일까지 본회의에 자동 회부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소수당을 위해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도입해 무제한 반대토론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 대신 전체 국회의원의 5분의 3이 토론 중단을 요청하면 바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 이른바 ‘60% 다수결’이다. 현재 전체 의석 299석의 60%는 180석이다. 지금까지 단일 정당이 180석을 얻은 경우는 없다. ‘60% 다수결’은 다수당이 소수당을 끌어안지 않고는 국회를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10석도 안 되는 소수 야당이 회의장을 점거해 국회를 마비시키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국회에서 자동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논의 중단’ 상태로 잠자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국회 폭력 방지법만 있어도 국회 운영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라며 “지금 법을 통과시켜도 19대 국회부터 적용되는데 18대 국회가 과연 이 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여론의 힘으로 국회 폭력 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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