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얽히고설킨 ‘세종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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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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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중요” 55% -“원안대로” 37%… 반대로 답변?
“원안 추진” 충북이 충남보다 더 높아… 소외감 때문?

11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민심은 결정적 변화 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복잡다단한 충청 민심

세종시 미래와 지역민 이익을 놓고 볼 때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방안이 더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충청권 응답자 중 ‘원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51.4%로 절반을 넘었다. ‘수정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40.9%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또 충청권은 세종시 수정안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51.1%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6%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상당한 특혜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안 추진 의견이 53.0%, 수정 추진 의견은 40.7%로 수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항목별로 민심의 온도차가 드러나는 데 대해 충청권이 ‘속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과 충남 충북을 세분하면 충청권 민심이 더욱 복잡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원안 추진 의견이 47.2%, 수정안 추진 의견이 46.9%로 팽팽했다. 충남은 원안 추진 의견이 55.0%, 수정안 추진 의견이 37.3%였고 충북은 각각 55.8%, 39.4%로 나타났다. 특히 충북은 근소한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충남보다도 원안 추진 의견이 높게 나왔다. 이는 충북이 충남과 동일한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세종시 수정 추진에 따른 상대적 소외감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에서 수정안 추진 의견이 원안 추진 의견과 엇비슷하게 나온 것은 이곳이 충남에 비해 원주민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도시이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 홍보전이 부분적으로나마 먹혀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전의 경우 응답자의 24.9%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마련 후 원안대로 행정부처를 이전해야 한다는 쪽에서 수정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편 호남권은 원안 추진 의견이 54.9%로 충청권보다도 높았다. 이는 세종시 문제가 여전히 ‘순수한 정책 사안’이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호오(好惡) 감정을 밑바탕에 깐 ‘복잡한 정치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당 지지자별로 민주당(56.5%), 친박연대(50.8%), 민주노동당(52.7%) 등에서 원안 추진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

○ 국익보다 신뢰?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국민과의 신뢰 측면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55.5%)이 ‘국익 차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38.6%)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면 응당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와야 할 듯한데 정반대로 원안 추진 응답(37.5%)이 수정 추진 의견(54.2%)보다 낮았다.

이런 불일치에 대해 KRC 측은 “국민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다소 당위적 태도가 반영된 것 같다”며 “상당수 응답자들이 국익-신뢰 논쟁을 세종시 문제의 해결 방안과 별개의 사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8.2%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고, 44.1%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세종시 문제 해결 방안으로 수정안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54.2%에 달했지만 정작 수정안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그보다 6%포인트 적은 것이다.

세종시 원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충청 민심을 의식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원을 몰아줬으며, 이로 인해 ‘우리 지역’이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부정적 평가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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