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다음날… 靑 “한반도서 전쟁위협 제거, 가장 잘한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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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운영위 靑국감, 여야 안보 공방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귓속말을 하고 
있다. 노 실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귓속말을 하고 있다. 노 실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본다.”

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같이 말하자 관련 질의에 나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은 이미 2년 전인 2017년 11월 29일 ICBM인 화성-15형을 TEL을 활용해 발사한 바 있다. 청와대가 향후 남북 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북한의 대남 위협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정의용 “우리도 미사일 발사 시험하고 있어”

정 실장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북한보다 적지 않게 (우리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현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답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도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실장과 김 차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합동참모본부가 내놓은 입장과 배치된다.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은 지난달 8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북한은 현재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2년 전 화성 계열의 ICBM을 TEL을 활용해 세 차례 고각(高角)으로 쏴 올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화성-14형 ICBM급은 2017년 7월 두 차례 발사에서 각각 8000km 안팎과 1만 km의 최대 사거리를 실증했다. 그해 11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5형 ICBM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km 이상으로 평양에서 쏘면 미국 워싱턴까지 타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동창리 발사장은 ICBM 전 단계인 장거리미사일의 시험장소일 뿐 ICBM 발사기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비핵화 대화를 조율해 온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인 정 실장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외면한 채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남북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국제적 환경이 크게 다른 것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불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은 남한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인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 강기정, 나경원에게 발끈해 운영위 중단되기도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상중에 발사시험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후 (모친) 장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하신 다음에 발사됐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모친 장례 미사를 마친 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상중(喪中) 도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 실장을 향해 “(안보가 괜찮다고) 어거지로 우기지 말라”고 하자, 정 실장 뒤에 앉아있던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똑바로 해라! 우기다니”라며 발끈해 국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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