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탈을 쓴 악마” 北 비난에 대처하는 美 정치인의 자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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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크루즈 의원
테드 크루즈 의원
북한의 인신공격적 비난을 미국 정치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북한은 적대적 외부 인사들을 매우 험악한 단어들을 동원해 맹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정치인들은 무시 전략을 편다. 그러나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처럼 북한을 역비난하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데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북한 당국은 북미협상을 재촉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가리켜 “족제비” “개꼬리” 등 동물과 연관된 악담을 퍼부었다. 주로 동물과 연관된 속담을 제시한 뒤 동물만도 못하다는 비유법을 쓰는 전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수차례 인신공격적 비난을 들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다르다. 3일 허드슨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안정한 독재자” “광신적 자기도취자”라고 묘사하자 북한 당국은 곧바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크루즈 의원을 가리켜 “근본도 모르는 인간쓰레기” “인간의 탈을 쓴 악마” “히스테리 정신병자” 등 독한 말을 쏟아냈다.

크루즈 의원은 험하기로 소문난 텍사스 정치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3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입지전적 인물. 워싱턴의 대표적 보수파로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탁월한 정치력에 자기과시가 강한 크루즈 의원은 비난 내용의 단어 하나하나를 영역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의 비이성적 비난을 자신의 유권자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난 대상이 될 만큼 중요한 정치인임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크루즈 의원은 자신보다 먼저 북한의 비난 대상이었던 절친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가리켜 “질투가 났었다”며 “이제 나도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우리 서로 (북한으로부터 들은) 욕을 비교해보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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