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왕이 中 외교부장, 왜 김정은 위원장 안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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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6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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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4일 평양에서 열린 리수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 뉴스1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4일 평양에서 열린 리수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번 주 방북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만남이 불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실무협상을 시작하라는 압박을 피하려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고 6일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보도했다. 지난 2일 사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왕이 부장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 없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VOA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라’는 중국의 압박을 피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면담이 불발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왕이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면 그(왕이 부장)는 분명히 비핵화 문제에 대해 실무급 협상을 재개하라고 김 위원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그런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진짜로 원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주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 공산당 고위 관료와 이뤄진다”며 면담 불발 자체는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왕 부장의 방북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앞서 양측의 입장을 공유하기 위한 실무성격 방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특히 북한은 중국에 자신들의 입장이 어떤지, 미국에 어떤 제안을 할지 설명하고 싶어 한다”며 “북한인 중국이 미국과 소통하길 원할 뿐 아니라 북한의 입장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 얻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계급을 중시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RFA는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중 등 대외 일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RFA에 “(조만간)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직접 만나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직 유동적인 변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미, 대남관계 등) 복잡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아직 김 위원장의 방중이 확실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당 대 당’ 교류를 해 온 북한과 중국의 관례를 보면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은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차원의 사전 준비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 대 당 교류를 책임지는 채널인 대외연락부 인사의 추가적인 방북 등 후속 조치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왕 부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은 북중이 올 10월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제기됐다.

오는 10월6일 수교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김 위원장이 다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던 만큼, 10월 정상회담은 이에 대한 화답차원으로 진행되리란 예상이었다.

왕 부장은 6월 정상회담 직전인 5월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이번 방북 일정을 고려하면 10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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