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황교안 ‘황제 단식’ 비난…한국당 “與 책임 못 느끼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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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뻔히 보이는 정치 공세…당 입지 위해 민생 팽개쳐"
"당장 단식 중단하고 제1야당 대표 책무 다하길" 촉구
당직자 '단식 지원 근무' 투입에 "황제·갑질단식" 논란도
한국당 사무처 "與 아무책임 못 느끼나…단식 지지" 반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이틀째인 21일 정치권, 범여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단식쇼’에 대한 비판 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황 대표는 “제 단식은 국민의 삶,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라고 맞섰다. 다만 한국당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곪아 터진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정치 공세”라며 “주말마다 길거리로 뛰쳐나가는 것도 모자라 본인 당내 입지 위해 민생을 팽개치겠다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이어 “단식 명분도 참으로 가관이다”라며 “비대한 검찰권을 개혁하고 의석 배분이 국민 의사와 합치하도록 개혁하자는 게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의 위기고 단식의 이유가 될 수 있나.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안보 위기라고 운운하는 것 또한 침소봉대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또한 “일본이 우리를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명목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가한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라며 “한국당과 황 대표는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게 일본 정부의 주장인지, 한국 정치인이 한 말인지, 야당 대표가 한 말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다. 분노와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해 “비정상 정치에 난감할 따름”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가 굳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직접 나설 의지가 있다면, 가야 할 곳은 청와대 앞이 아니라 일본 아베 수상 관저 앞”이라며 “(패스트트랙 법안은) 대통령에게 철회를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 있게 협상에 참여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황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단식장이 아니라 5당 정치협상회의장”이라며 “당장 단식을 중단하고 제1야당 대표로서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명색이 제1야당 대표인 황 대표의 눈에는 일본이 시작한 경제 침략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라며 “황 대표는 대한민국 총리에 이어 일본 총리까지 하고 싶은 것인가. 일본이 우리나라를 안보위협 의심 국가로 올려놓은 상태에서 단식까지 하면서 지소미아를 연장하라니 한심한 노릇”이라고 비꼬았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잘못된 전선에 몸을 던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개혁을 위한 일에 지금이라도 처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단식의 타임이 아니라 쇄신의 타임”이라며 “위기를 돌파하려고 (단식) 택했지만 결국 국민들은 코미디로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와중에 ‘황제·갑질 단식’ 논란도 불거졌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의 ‘단식 투쟁 지원 근무자 수칙’과 ‘천막 근무자 배정표’가 눈길을 끈다. 대표 소재지 근무, 30분마다 대표 건강상태 체크, 대표 기상시간대 근무 철저, 취침 방해 안 되도록 소음 제어, 미 근무시 불이익 조치 등 당직자들을 황제단식에 강제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갑질단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아울러 “과거 이정현 대표, 김성태 대표의 단식 때는 혼자서 감당했다는데, 왜 황 대표만 유독 이러는 걸까”라며 “4명씩 하루 2교대로 천막을 지키는 당직자들이 무슨 죕니까”라고 목소리 높였다.

바른미래당도 “30분마다 건강 체크에 소음 제어까지 신경쓰는 철통보완 속 ‘의전단식’으로 빈약한 행보를 이어간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단식의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 행태만 있다”며 “단식을 빙자한 ‘의전 쇼’를 멈추고 제 1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갖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반면 황 대표는 이 같은 비판 여론에 일단 강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라며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시키려고 하는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가 위기가 너무 걱정돼서 최대한의 투쟁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범여권 비판에 “제1야당 대표가 곡기를 끊은 엄혹한 상황에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은 아무런 책임을 못 느끼나”라고 반박했다.

사무처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하니 사무처 당직자가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최소한 정치 도의조차 상실해 일일이 언급할 가치가 없다. 단식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단식하는 의도와 심정은 충분히 헤아린다. 진정성도 의심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중요한 건 그와 병행해서 우리 당에 요구되는 국민적 요구, 인적 혁신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목표, 기준을 발표해야 한다. 더 늦춰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식에 대해 여러 당 외 인사들이 순수성이나 의도를 의심할 수 있지만, 당 대표가 저렇게 나선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인적 혁신, 당 쇄신을 늦춰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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