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文대통령에 ‘퇴짜’ 맞은 영수회담 다시 제안…국면 돌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18일 12시 08분


코멘트

·패스트트랙 출구 전략 마땅치 않아 당 내 불만 고조
총선 인적 쇄신 요구 거세지만 중진 요지부동, 전략도 불투명
일대일 영수회담 성사되면 패트 등 굵직한 현안 담판 지을듯
영수회담 불발시, 의원직총사퇴장외투쟁 재개 등 초강수 둘 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을 놓고 제1야당 대표로서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의 독배를 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관계도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 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며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5당 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 ‘1대 1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가 거부당한 적 있다. 그럼에도 다시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에는 현재 수세에 몰린 황 대표의 처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총선 난국을 헤쳐나갈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 남겨 두고도 구체적인 총선전략을 제시하지 않아 당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키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코너에 몰린 당의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고심 끝에 영수회담을 돌파구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당의 모습은 갈수록 자중지란에 빠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저지할 만한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해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인적쇄신 여부가 내년 총선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국당에서도 김무성 의원(6선)과 유민봉 의원(초선)에 이어 김성찬 의원(재선), 김세연 의원(3선)이 잇단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내 인적 쇄신 바람이 자칫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정계 은퇴 혹은 험지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중진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이러한 인적 쇄신 요구가 친박계가 많이 몰려 있는 지역구를 대상으로 불거지고, 비박계를 중심으로 탄핵세력 청산 등 공천 ‘물갈이’에 목소리를 내면서 당 일각에서는 계파갈등 재연 조짐도 일고 있다.

당이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하자, 지금의 ‘황교안 체제’를 비대위나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 내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원내대표 교체론도 확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유기준 의원과 강석호 의원, 심재철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처럼 당 지도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회동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꺼내면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만약 영수회담이 성사된다면 최우선 의제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될 가능성이 유력해보인다.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협상이 이뤄지면서 일부 합의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수용할만한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을 만큼 협상이 진전이 있는 건 아니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담판으로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꼬일대로 꼬인 패스트트랙 문제를 매듭짓는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의 협상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지도부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번에도 황 대표가 요구한 단독 영수회담을 한차례 거부한 바 있어 회담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영수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황 대표가 500조원이 넘는 초수퍼예산안의 원활한 처리를 약속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야3당이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의 연계처리를 압박하자,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미루는 대신 한국당과 손 잡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올해도 한국당의 협조 없이 여권이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은 만큼 한국당이 ‘예산안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중진의원은 “현실적으로 당 지도부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패스트트랙을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일대일로 만나 선거법이나 공수처 등 굵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황 대표와 문 대통령 간 영수회담이 불발된다면 황 대표가 대여 투쟁을 강경 전략으로 전환해 투쟁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공산이 커보인다.

황 대표는 “저희 한국당은 역사적 위기를 맞아 현 상황을 나라 망치는 비상 상황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비상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패스트트랙이 원천 무효이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반민주 악법이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과 범여권세력이 일방적 처리를 강행한다면 우리 헌정 사상 겪어본 적이 없는 최대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며 의원직 총사퇴나 장외투쟁 재개 등을 시사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