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론 놓고 ‘각양각색’…희비 엇갈리는 보수 잠룡들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8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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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대통합’론이 내년 4·15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최대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각양각색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보수 대권잠룡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를 선제적으로 제안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6일 회견 이후부터 보수통합이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당 초·재선 의원 등 당내 구성원들까지 통합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면서 통합 제안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통합 제안 직전 김태흠·유민봉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제기한 중진용퇴론 등 쇄신론까지 맞물리며 파급력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통합-쇄신론 전 불거졌던 지도부발 각종 악재와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김태흠·유민봉 의원의 쇄신론 제기를 놓고 ‘지도부 엄호’를 위한 포석이며 결과적으로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황 대표가 보수통합이 무산되거나 반쪽 자리 통합으로 그치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황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의 성적표가 황 대표의 대권레이스 순항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게 당안팎의 대체적 견해다.

반대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통합론 부상을 기점으로 황 대표 등 당 내부를 정조준한 비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초·재선 등 당내 구성원들이 홍 전 대표를 정면으로 맞받으며 당내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7일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자세히 살펴보면 TK(대구·경북) 통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은 ‘통합·전진’ 소속 의원들은 “당 대표를 지내신 분의 계속되는 당내 분열 조장 행위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 해당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홍 전 대표는 8일에도 종일 SNS에서 한국당 내부 비판 글을 연달아 게시하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당안팎을 가리지 않는 쓴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홍 전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를 뒷배 삼아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홍 전 대표는 당 초재선들을 겨냥해 “너희들 듣기에 거친 입이지 국민들 듣기에는 속 시원한 입”이라며 “내가 너희들 상대냐. 참 어이없는 하루”라고 재반박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는 7일 오후 황교안 대표와 통화를 하는 등 통합 추진에 협조적인 방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보수통합의 최대 쟁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둘러싼 갈등 해소 여부다. 특히 우리공화당과 한국당내 강경보수 세력이 그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변수다.

탄핵 문제에 대해 유 대표는 탄핵 정국 당시 찬-반 여부는 뒤로 하고 ‘미래를 위해’ 보수 혁신과 통합 논의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한 축인 우리공화당 등 강경보수층에선 유 대표를 비롯한 당시 탄핵 찬성파들의 ‘사과’를 통합논의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7일 황 대표와 유 대표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탄핵 문제는 통합논의 아젠다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유 대표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통합논의에서 배제되더라도 추후 우리공화당 등 보수 일각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또다른 관건은 통합 국면에서 유 대표가 주도권과 영향력을 계속 유지·확대할 수 있는가다. 세력의 규모면에서 차이가 확연한만큼 한국당 주도 ‘흡수’ 방식으로 통합 절차가 진행된다면 추후 총선 과정과 당 운영, 대권레이스에서 유 대표의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유 대표와 달리 하태경·이혜훈 의원 등 변혁 핵심인사들은 ‘보수 혁신이 우선’이라며 일단 통합에는 선을 긋고 신당 창당에 주력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대 당’ 틀로 통합 논의를 이끌어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을 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황 대표의 제안 직후 “당명과 대표직까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결단을 환영한다. 유승민 의원의 화답도 반갑다”며 적극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에게 패배한 후 당 핵심부에서 멀어진 오 전 시장은 통합 논의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기 어려운만큼 주도권 경쟁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의 향후 정치생명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점은 내년 총선이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 을 지역 한국당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 전 시장이 험지에서 추 전 대표라는 거물급 인사를 꺾고 여의도로 생환한다면 추후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내 비판은 삼가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던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대표의 통합론 제기 이후 지도부에 쓴소리를 내놓으며 존재감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에서 인적쇄신 문제가 터져 나오는 이유는 당 쇄신과 보수통합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지도역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국당의 문제 본질은 인적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지도부의 낮은 역량에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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