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보수대통합 제안 하루만에 “신당 창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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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보수대통합 협의체 제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갈라진 범보수 진영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에서 보수 대통합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결국 최대 변수는 ‘박근혜 탄핵’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당장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이 “위장보수”라며 비판한 것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유승민, 한국당 제안 하루만에 “신당 창당” 밀당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의 협의체 제의 하루 만인 7일 “일단 대화를 시작한다”면서도 “독자 신당 준비를 동시에 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유 의원은 변혁 전체회의에서 “권은희, 유의동 의원이 신당기획단의 공동단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독자 신당 준비로 세력을 키워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당과 통합에 반발하는 변혁 내 국민의당계 의원들을 안고 가겠다는 것.

유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재건 대화가 이제 시작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수 재건 3가지 원칙으로 제시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 원칙을 지키는 게 한국당은 고통스로운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는 생각하는 건 옳지 못하다. 3년 전 탄핵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는 같이 보수재건 못 한다”고 우리공화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에서 “(유 의원과 합친다면) 그건 보수 대야합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한국당 의원 등 62명은 위장보수우파”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유 의원에 대해 ‘배신자’라는 인식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의 정서도 극복해야할 난관이다. 한국당 대구·경북지역 의원 사이에선 “통합을 한다면 유 의원이 수도권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상도 의원은 “통합은 좋지만 대구 민심은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이 심한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민들에게 ‘유승민이 수도권에서 출마하면 통합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설득할 지경”이라고 했다.

● 黃 “분열은 불의”…협의체 실무팀 구성

이런 흐름에 대해 황 대표는 당 최고위회의에서 “지금은 통합의 대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라며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 협의체에 참여할 당내 인사로 홍철호, 이양수 의원을 임명했다. 홍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의원은 홍문종 의원의 특보 출신이다. 한국당은 주말부터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유 의원은 “정식 제안이 오면 결정하겠다”고 밝혀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변수’와 함께 변혁 측의 내부 반발과 안철수 전 의원의 의중도 변수다. 국민의당계 의원 7인과 바른정당계 의원 8인이 합친 변혁 모임에서도 통합에 대해 계파 간 의견이 다르다.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국당과 통합은 없다.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고 못 박았다. 전날 변혁 긴급비공개회의에서도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11월 말까진 안 전 의원의 입장 표명을 기다려보자” “외부인사를 모셔와 자강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여기에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변수다. 또 황 대표가 통합 대상으로 언급한 보수 시민단체에서도 “황 대표의 일방적 통합구상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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