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美 요구 방위비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수치 매달릴 일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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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신임 주미대사.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30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항목별로 세분화돼서 (해당) 수치가 내려온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취임 후 첫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나온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한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이 숫자에 집요하게 매달릴지는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현 분담금의 5배인 50억 달러(약 6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사는 또 “우리 측으로서는 굉장히 큰 숫자”라며 “금액이 커지면 (협상에서 다루는) 분야가 넓어지는 만큼 협상하면서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액수가 연간 단위인지, 아니면 몇 년 단위로 설정한 것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금액이 수시로 변동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숫자에 크게 매달리고 연연해하며 헉헉댈 일은 아니지 않는가 싶다”고 했다. 한국 측이 양보할 수 없는 논리를 갖고 협상을 해나가면 불합리한 금액을 합의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 그는 “미국도 남북경협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건 없고, 다만 현재 시행 중인 제재 하에서 두 사업을 진행하는 건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도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비핵화 발전단계에 따라 제재 문제가 해결돼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이 철거를 요구한 이 시점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역점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이 단계에서 금강산 관광을 하느냐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협상전략 측면에서) 결렬로 보이지만 협상 당사자들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며 “12월 말 이전에 한 번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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