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달 방한 안 하지만…무역분쟁 격화에 韓 불똥 고민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8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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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웨이 갈등에 시진핑 6월 방한설 재부상
외교부 "실무준비 안 해"…靑도 "방한 안 한다"
"G20 정상회의 계기 한중정상회담 개최 검토"
오사카서 만나도 화웨이 관련 논의 화두될 듯
"상황 주시해야하나 사드 사태처럼 비화 과장"

화웨이(華爲)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간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말 한국 방문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이 방한하지 않는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이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무역전쟁에서 서로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 때 방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사카에서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시 주석의 한국 방문 일정은 계속 기회를 보고 있지만, 이달 말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라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실무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시 주석 방한을 조율 중이라는 것은 원론적인 언급”이라며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사카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기업이 화웨이 장비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가동시킨 이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우방국들을 상대로 ‘반(反)화웨이 동맹’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영국, 독일, 일본, 대만의 일부 통신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나섰다.

한국에 대한 제재 동참 요구도 가시화 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국내 IT 업체 등을 초청한 ‘클라우드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화웨이를 겨냥,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접적인 화법이긴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한국 측에 화웨이 사용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 역시 물밑에서 한국을 향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말 한국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한국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압박받는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전역에 화웨이의 5G 장비를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 전선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오사카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더라도 화웨이 논란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은 한국이 미국에 편향되지 않도록 중립화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이 국익을 손해보는 건 부당하고, 한국도 중국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중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부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미중 관계의 전개는 무역 분쟁이나 화웨이 문제를 뛰어넘는 광범한 영향을 우리에게 줄 것”이라며 “외교부에 미중 관계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는 전담조직을 두는 문제를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외교부는 북미국, 동북아시아국, 양자경제외교국 등 관련된 국들이 모여 미중 무역 분쟁 대응 방안을 모색할 논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건 맞지만, 중국이 얘기한 적도 없는데 우리 스스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비화할까봐 걱정하는 것은 과장돼보인다”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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