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위원장 “기업들 기로에 섰는데… 국가가 일할 권리 빼앗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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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3법’ 등 국회처리 못해 실망… 10년동결 대학 등록금 자율화할때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이 개인이 일할 권리까지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이 개인이 일할 권리까지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게임산업만 봐도 한국이 중국에 밀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있다. 여기서 밀리면 엄청난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창업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뒤 본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7년 위원회 출범과 함께 위원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연임해 11월에 임기가 끝나는 장 위원장은 더 이상 연임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은 반민반관 조직 수장으로서의 마지막 충언인 셈이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전통 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이었지만 지금은 데이터, 인재, 스마트 자본”이라며 “이런 영역은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시티’ 분야다. 장 위원장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법령(U시티법)을 제정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했지만, 공공 개발 위주로 추진해 (민간 기업이 적극 뛰어드는) 시장 창출에 실패했다”며 “공공 주도의 정책만으로는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경제 이슈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처리조차 불투명해진 ‘데이터 3법’을 두고는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상정된 법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낡은 규제 때문에 국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해 글로벌 기업에 밀리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상실부터 걱정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여 년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을 자율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권고안에 있다. 그는 “정치권 누구도 쉽게 달 수 없는 ‘고양이 목의 방울’을 자문기구인 4차 산업위가 꺼내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 이슈는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대학이 경쟁력을 회복해 인재를 키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 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장 위원장은 “정무적으로 민감한 내용이라 그랬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분명히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장병규#4차 산업혁명#주 52시간제#대학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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