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경질, 생각보다 의미 크다…美 핵협상 ‘유연한 접근’ 굳혔나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5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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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것은 미국의 전반적인 핵협상 전략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15일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 관련 정책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게 사실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의 강경파(매파)의 상징적인 인물로 이란이나 북한과의 핵 협상에 있어 ‘완전한 핵 폐기’를 우선으로 주장하는 강경론자였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때도 이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북한에 대해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추가적인 핵시설의 신고까지 요구하는 이른바 ‘빅딜’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북한으로부터 “매력 없는 멍청이처럼 보인다”라는 식의 인격적인 비난까지 받을 정도로 북미 협상에 있어 강경론자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그의 경질 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유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으로 협상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해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주장한 것이 북한의 불만을 샀다며 그의 경질 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으로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경질 이유로 ‘해묵은’ 일을 꺼낸 것은 그만큼 북한에 강력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미국 NBC 방송은 현지시간 14일 보도에서 볼턴 경질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완화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대한 이견으로 그가 결국 경질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핵협상 국가 중 하나인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는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핵협상 전략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굳어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강경파인 볼턴과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번갈아 내세웠던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을 앞세워 북한과 대화를 해 왔으나 올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볼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때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의 단독 회동에 배석했으나 볼턴 보좌관은 판문점에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한국 언론에서도 두 인사의 ‘등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변화를 점칠 정도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턴 보좌관이 아예 백악관을 떠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과 관련한 기조를 한 방향으로 굳혀 밀고 나갈 뜻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 그의 재선 여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과의 핵협상을 비롯해 탈레반까지, 일련의 ‘평화적 대화’를 통해 재선을 위한 ‘업적’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야에서 제기된다.

다만 변수는 상대국과의 ‘합’이 맞을지 여부다. 이란의 경우는 미국의 유연한 접근이 먹힐 수 있다. 이란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맺은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강경 노선을 통해 사실상 파기한 것에 대해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이 잘 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연한 접근’은 일단 제재 완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대이란 제재 완화를 언급한 NBC의 보도나, 북한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거듭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그렇다.

북한은 올해 2월 하노이 협상 때까지는 제재의 완화나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뒤에는 제재보다는 ‘체제 보장’을 원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에 이어 7~8월에 연이어 군사 도발을 감행했고 그 사이 6월에는 중국으로부터 “북한이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데 모든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받아냈다.

이 같은 북한이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향후 협상의 관건으로 보인다. 또는 북한이 전반적인 트럼프 행정부 기조 변화에 한 번 더 호응할 수도 있다. 북미는 서로의 구체적인 전략을 이르면 9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실무협상에서 확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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