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꿈’ 담은 자동 물시계 581년만에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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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이 만든 ‘흠경각 옥루’, 농경생활 모습 통해 절기 알려줘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

흠경각 옥루는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 장치와 천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천문시계 장치를 결합한 자동 물시계다. 1438년 세종대에 장영실이 처음 제작한 뒤 581년 만인 올해 복원됐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흠경각 옥루는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 장치와 천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천문시계 장치를 결합한 자동 물시계다. 1438년 세종대에 장영실이 처음 제작한 뒤 581년 만인 올해 복원됐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장영실이 만든 조선시대의 자동 물시계인 ‘흠경각 옥루’가 복원됐다. 1438년 처음 제작된 뒤 581년 만이다. 복원된 흠경각 옥루는 9일부터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공식 전시를 시작했다. 9일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유산보존과장 연구팀은 3년간의 복원 과정을 거쳐 흠경각 옥루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흠경각 옥루는 농촌과 자연의 사계절을 묘사한 모형에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장치와 천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천문시계 장치를 한데 결합한 형태다. 사계절을 담은 산과 들이 폭 3.3m, 높이 3.3m의 크기로 돼 있다. 선녀와 무사들이 산과 평지 곳곳에서 징과 종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며 시간을 알리는 구조다.

흠경각 옥루는 세종 즉위 기간 중인 1438년 장영실이 경복궁 흠경각 내에 처음 설치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광해군 때 복원했지만 효종 때 조선왕조실록 기록에서 사라졌다. 역사학자들은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종실록 등에 기록이 남아있긴 하지만 겉모습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이며, 자세한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럼에도 복원팀은 국립중앙과학관을 중심으로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이 협력해 고문헌을 통한 고증을 거쳤다.

흠경각 옥루는 4년 앞선 1434년에 만들어진 또 다른 물시계인 ‘자격루’와 제작 의도와 내부 구조가 다르다. 자격루는 당시 조선의 표준시계로서 시간을 정밀하게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흠경각 옥루는 농경 생활의 모습을 통해 하늘이 정해주는 시간(사계절)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하늘과 자연,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당시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농본정치의 최우선으로 한 세종의 꿈을 담은 것이라는 게 과학관 측의 설명이다.

흠경각 옥루는 한국의 시계 제작 역사에도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 후기 이민철의 혼천의나 송이영의 혼천시계의 원형이 됐기 때문이다. 또 조선 신유교의 사상, 중국의 수차 동력장치, 이슬람의 구슬을 활용한 인형 구동장치 등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을 융합시켜 만든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기념물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연구책임자인 윤용현 과장은 “옥루는 장영실이 중국을 찾아 북송 시절의 물시계 수운의상대 등을 보고 관련 문헌을 수집한 뒤 조선에 돌아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장영실#물시계#흠경각 옥루#자격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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