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카운터파트로 北최선희 요구…협상구도 재편 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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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1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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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카운터파트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했다.

북한이 연말 대화 시한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 구도를 재편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제1부상”이라며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북한 실무협상팀이 충분한 권한이 없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최 1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건 지명자의 발언은 북한 실무협상 대표가 지닌 권한의 한계에 따라 실무협상 무용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 최고 실세이자 대미 실무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최 부상을 소환해 협상 급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1부상은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각종 담화나 성명 등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을 대신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에는 나서지 않아왔는데, 이는 부장관(차관)격인 최 부상과 그간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달고 협상에 임해왔던 비건 지명자간 ‘격’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왔다.

비건 지명자가 이날 부장관이 되어도 대북 협상 업무는 계속 수행할 것임을 재확인면서 국무부 2인자로서 자신의 높아진 위상이 북한 이슈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여 협상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승진 자체가 “북한에 있는 우리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압박하고 있는 ‘연말 시한’을 부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그전에 “합의 혹은 최소 ‘합의에 가까운 것(near-deal)’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상에서 먼저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실무협상에 최 1부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또한 비건 지명자의 발언은 그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연말 시한 압박에도 신중한 대응을 견지해온 미국이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며 연말 시한을 앞두고 상황 관리에 나선 최근 행보와도 맞물린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라며 ”(대화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어느정도 여지를 두면서 “그것은 북한에 의한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a huge mistake and a missed opportunity)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화 재개의 공을 다시 북한에 돌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건 지명자의 제안에 최 1부상이 과연 응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을 평가 절하하며 ‘완전한 중지’를 요구하고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전까지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여지를 차단한 상황에서 최 1부상이 등판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결정적인 당근을 제시해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지명자가 부장관 임명 뒤 본격적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행보에 나설 지 시선이 쏠린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최 1부상은 2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연내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 쪽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탁에서 이젠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최 1부상은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 본다”며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흥미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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