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존 볼턴 보좌관은 왜 경질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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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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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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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던 존 볼턴(71·사진)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낙점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북-미 회담의 끔찍한 결정’이라고 논평했습니다. 미국 시장은 볼턴이 부임함에 따라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일 뉴욕 유가(油價)가 2.5%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볼턴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슈퍼 매파(super hawkish)의 핵심 인물입니다. 그간 볼턴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과 전쟁을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대북 문제에서 볼턴은 ‘선 핵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줄곧 고수했습니다. 북한은 그간 리비아식 핵 폐기 프로그램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죠. 이 때문에 북한이 아무런 보상 없이 핵 시설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했습니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12월 하노이 정상회담은 모두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의 결렬 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사전에 여러 차례 실무 협상이 진행됐고, 협상 직전 두 정상의 분위기도 좋았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볼턴을 경질한다”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볼턴이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북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이견이 주된 이유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볼턴)가 김정은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

2003년 3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는 대량살상 무기의 포기 의사를 밝힌 뒤 전면적 핵사찰을 수용하고 비핵화를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하던 중 사살됐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철저한 체제보장 없는 비핵화로 인해 자신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늘 협상을 하려거든 다른 셈법을 가져오라며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새로운 방법이란 단계적 핵 폐기와 보상의 동시 이행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구상대로 미국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도 남은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향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동안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리비아 모델을 트럼프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이죠.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달 하순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잠재력에 대해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비핵화 이행의 반대급부로 체제 보장과 경제 번영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동, 물밑 접촉을 통해 협상의 끈을 놓지 않는 양국의 태도,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과연 ‘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존 볼턴#미국 보좌관#북미 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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