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이번엔 실무협상 성사시킬까…‘신중한 접근’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7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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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첫 관문은 실무협상 개최의 확정이다. 양측 모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가운데 물밀 접촉의 진전도 엿보인다.

북미는 이미 실무협상을 한 차례 무산시킨 바 있다. 지난 6월 30일 ‘역대급’ 이벤트였던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에서 양측은 7월 중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해 놓고도 이를 무산시켰다.

한미 합동 군사연습과 우리 군의 미국산 신무기 도입 등으로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고 반발하던 북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돌연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핵심 실무진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9월 하순경에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북미는 곧바로 물밑 접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실무협상 장소로 판문점이나 평양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오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 후 일주일 만인 16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다.

이 담화에서는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일부 진전됐음이 엿보이기도 했다.

담화에서 북한은 “가까운 몇 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 조미(북미) 사이의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최 제1부상이 언급한 ‘9월 하순경’과 실무협상의 개최 시기가 다소 달라진 듯한 뉘앙스다.

최 제1부상의 담화 이후 일주일 간 진행된 물밑 접촉에서 양 측이 실무협상의 시기를 일부 조율했을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담화는 또 사실상 처음으로 다가올 비핵화 협상에서의 안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제도 안전’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안건으로 새로 제기할 것으로 유력하게 제기됐던 ‘체제 보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은 이미 상정된 안건인 대북 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체제 보장을 회담 테이블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보는 지속적으로 보여 왔으나 실제 공식 담화에서 이를 시사하는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역시 회담 안건에 대한 북미 간 일부 의견이 오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체제 보장을 안건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미국이 동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정상회담의 사전 협상 성격인 실무협상의 개최 여부는 안건 조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핵협상 상대국인 이란을 상대로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여전히 경제적 보상을 핵협상의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정상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발언하는 등 제재 완화를 주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럼에도 전날 담화에서 제재 완화를 안건으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 측의 입장을 북한도 일부 수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북한 매체들이 실무협상 재개가 상정된 뒤 대미 비난을 자제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 측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목표로 일련의 평화 협상을 통해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행정부 내의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것도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역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의 마지막 해인 내년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내년 신년사에 진전된 국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양 측 모두에게 대화의 필요성 못지않게 지난 하노이 회담의 결렬 기억이 남아 있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양 측 모두의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며 연내 대화 성사까지는 아직 고비가 남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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