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방미 설득 중인데… 美 “지금은 한일 중재할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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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스틸웰, 조기개입 선그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왼쪽),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왼쪽),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잇따라 미국의 중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앞서 11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가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중재 및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해리스 대사는 12일 국회에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아직까지는 한일 양국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당장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일단 양 당사국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은 당사국 간 여러 방법이 무산됐을 때 움직일 수 있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각각 외교채널로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중재에 나서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리스 대사는 미국의 개입 시점에 대해 “미국 기업이나 안보에 영향을 줄 때”라고 언급했다.

11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 역시 이날 NHK 인터뷰에서 “중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관계에 긴장이 생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으로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나는 (양측을) 중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와 상반된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스틸웰 차관보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방문 일정을 겨냥한 듯 “미국 측 고위급 관료가 아시아 쪽으로 출장을 가니까 이 기회에 3개국 고위급 관리들이 모여서 회담을 하려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매우 적극적인데 일본 측에서 아직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국무부는 3국의 양자 간, 3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 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무부가 원칙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밝힌 것과 별개로 한일 간 통상분쟁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무부 실무 당국자들은 “미국의 중재에 앞서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워싱턴에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의 면담에 참석했던 한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이 공식 중재 요청을 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로 이해했다”며 “미국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중재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지훈 기자
#한일 갈등#미국 중재론#해리스#스틸웰#일본 경제보복#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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