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美외교관 3명 억류…‘핵 폭발 사고 들춰내지마’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17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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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부 아르한겔크스주 세베로드빈스크 기차역에서 미국 외교관 3명이 현지 당국에 억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7명의 사망자를 낳은 8월 미사일 엔진 폭발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터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국방무관 3명은 지난 14일 오후 6시쯤 세베로드빈스크역에서 뇨뇩사행 열차에 타고 있다가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러시아 체류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세베로드빈스크와 뇨뇩사는 방문하려면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러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관리 3명은 세베로드빈스크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아칸젤스크를 방문할 계획만을 알렸다. 그런데 뇨뇩사-세베로드빈스크 열차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이들은 길을 잃었던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들은 러시아 당국에 여행 사실을 제대로 통보한 후 공식 여행 중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칸젤스크가 아닌 뇨뇩사와 세베로드빈스크 방문 일정까지 알렸다는 얘기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미국 외교관들이 러시아 국방부에 방문 계획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8월8일 뇨뇩사에 있는 러시아 해군 로켓 시험장에서는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 러시아 핵 과학자 5명과 군 장교 2명이 사망했다. 이웃 도시인 세베로드빈스크와 아칸젤스크의 방사능 수치도 평소의 최대 16배까지 올라갔다.

이에 세베로드빈스크시 당국은 방사능 수치가 치솟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뇨뇩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이 성명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고, 관영매체들에선 큰 사고가 아니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러시아 당국 역시 군사 기밀 등을 이유로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 원자력기구인 로스아톰은 폭발 이틀 후에야 “액체추진 로켓을 시험하던 중 폭발했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NYT는 “러시아 정부의 대응은 1986년 체르노빌 핵 참사 공포를 되살려냈다”며 “러시아가 8월 사고의 실제 결과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련 당국은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도 수일간 사고 사실을 감춰 피해를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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