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교황과의 세 번째 만남서도 ‘지각’…시종일관 당당, 뻔뻔한 소감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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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대장’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세 번째 만남에서도 ‘지각 전통’을 이어갔다.

모스코우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이탈리아 국빈 방문 첫 일정인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예방에서 예정보다 한 시간 가량 늦게 등장하는 결례를 저질렀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교황과의 첫 만남 때 50분, 2015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약 1시간 지각했다. 그는 이날 세 번째 지각에도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약 55분의 예방을 마친 뒤 “교황이 할애해 주신 시간에 감사한다”는 다소 뻔뻔한 소감도 내놨다.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 때 상대방을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푸틴 대통령은 지각사(史)는 악명이 높다. 그는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을 약 2시간 기다리게 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45분 늦었다. 특히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때는 무려 4시간 15분을 기다리게 했다. 하지만 그는 4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서는 이레적으로 지각을 하지 않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예방이 교황의 최초 러시아 방문을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그의 외교 보좌관은 “면담에서 이 주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톨릭과 러시아 정교회의 오랜 종교 갈등으로 역대 교황 중 러시아를 방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황이 러시아 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갈등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해 러시아 측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러시아가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까지 합병할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 선언은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맞불’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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