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풀려났는데…러시아 ‘언론자유’ 시위서 400명 체포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3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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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500명 모여 경찰 징계 요구
러 경찰, 獨슈피겔 기자도 체포

러시아 독립기념일인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1500명이 경찰의 비리와 언론의 자유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시민단체는 이날 시위에서 4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를 촉발한 것은 러시아의 유명 탐사보도 기자 ‘이반 골루노프’ 사건이다. 앞서 6일 러시아 경찰은 골루노프의 배낭에서 마약 4g이 발견됐다며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러시아 시민들은 골루노프가 최근 러시아 대부업체의 비리와 장례산업을 취재하고 있었다며 그의 체포는 사실상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언론인과 문화계 인사들도 그의 석방을 요청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10일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 베도모스티, RBC 등은 일제히 큰 활자로 “우리가 이반 골루노프다”라고 쓰인 1면 기사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러시아 경찰은 11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서 수사를 종료하고 골로노프를 석방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계속됐다.

유명 반정부 평론가 알렉세이 나발니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골로노프 사건과 관련한 시민의 환상적이며 이견 없는 연대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시위에 앞장 섰다. 또 “정부는 이 연대의 파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가디언은 이날 약 1500명의 시위대가 경찰 업무를 감독하는 내무부 청사 앞으로 모여 사건에 가담한 경찰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시위를 벌였다며 즉각 해산을 요구, 이에 응하지 않은 이들을 속속 잡아들였다.

경찰은 이날 총 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의 구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OVD-info에 따르면 최종 체포된 인원은 총 423명에 이른다.

시위에 앞장 선 나발니 변호사, 독일의 유명 시사주간지 ‘슈피겔’ 소속 기자도 이날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골루노프가 소속된 인터넷 언론 ‘메두사(Meduza)’는 11일 밤 시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며 일부 분열을 일으켰다. 메두사는 합법적인 시위를 위한 집회신고가 막혔다며 “우리는 (여러분들이) 내일 술을 마시며 기다리길 바란다. 그동안 시위 승인을 받기 위해 싸울 것을 제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사건과 관련된 경찰 간부 2명을 해임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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