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농축우라늄 생산 10배로”… 美, 하메네이 아들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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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美대사관 점거 40주년… 양국 또 날카로운 신경전 벌여
이란 “50배 빠른 원심분리기 실험”… 美재무부, 최고지도자 측근도 겨눠

미국 외교사의 최대 치욕으로 꼽히는 1979년 11월 4일 이란 혁명세력의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가 40주년을 맞았다. 당시 혁명세력이 444일간 미 외교관 및 국민 52명을 억류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의 자존심이 산산이 부서졌다. 미국의 뿌리 깊은 반(反)이란 정서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이를 반영하듯 4, 5일 양일간 미국과 이란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5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6일부터 포르도 원전에 있는 1044개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 가스를 주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7월 이란과 서방 6개국 사이에서 체결된 핵합의는 이란의 우라늄 가스 주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가스 주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속도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올해 5월 8일 핵합의 탈퇴를 천명한 후 60일에 한 번씩 합의 이행 수준을 낮추고 있다. 5월 1단계 조치로 농축우라늄 및 중수(重水) 저장 한도를 초과했고 7월에는 우라늄 농도를 기존 상한선(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에는 핵합의에서 규정한 원심분리기 사용과 개발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감안할 때 포르도 원전의 우라늄 가스 주입이 바로 4단계 핵합의 이행 축소 조치로 보인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4일 알리 악바르 살레히 원자력청장은 “두 달 전 농축우라늄을 하루에 450g씩 생산했지만 현재는 5kg씩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량 급증은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 당시 사용할 수 있었던 ‘IR-1’ 원심분리기보다 농축 속도가 약 10배 빠른 ‘IR-6’을 대거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은 무려 60대의 ‘IR-6’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살레히 청장은 “‘IR-1’보다 농축 속도가 약 50배 빠른 ‘IR-9’도 시험 가동 중”이라고 밝혀 꾸준히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릴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을 포함해 9명의 정부 고위 인사를 제재하며 맞불을 놨다. 재무부는 6월에도 하메네이 본인, ‘정부 위의 정부’로 꼽히는 혁명수비대의 고위 관계자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하메네이 측근들의 추가 제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이란 혁명세력#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포르도 원전#미국 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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