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쿠르드 ‘과거의 적’ 아사드 정권-러시아와 손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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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시리아 내전때 독립 시도… 대립각 세우다 “터키에 공동 대응”
트럼프 “전투와 거리 두는게 영리”… 미군 1000여명 시리아 철수 시작

미국에 배신당한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원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와도 협상을 체결했다. 알자지라 등은 시리아 정부군이 14일 오전 유프라테스강 동부의 거점 도시인 텔타메르, 아인이사, 락까 등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부군이 이 지역에 진입한 것이 5년 만이라고 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지속됐던 ‘정부군과 러시아 연합’ 대 ‘반군, 쿠르드족, 미국 연합’의 대결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자치정부는 13일 시리아 정부군 및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성명을 내고 “터키의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쿠르드족은 2014년 1월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중앙정부와 맞서 왔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및 터키군의 공습으로 위기에 몰리자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한 쿠르드군은 그간 터키의 대규모 공습 및 포격에 쩔쩔맸다. 이에 맞설 전투기와 중화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이고 아사드 정권을 배후에서 적극 지지하는 러시아군의 무기 지원을 받으면 이 열세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압디 총사령관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러시아, 아사드 정부와 함께 가면 고통스러운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타협과 (터키군에 의한) 인종청소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사람들을 살리는 타협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군은 7일부터 이날까지 시리아 북부 마을 42곳을 점령하고 쿠르드 민병대원 44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이 관리하던 이슬람국가(IS) 포로수용소에서는 포로 785명이 탈출했다. 터키군의 공격으로 감시가 느슨해지자마자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런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IS 포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동의 혼란에 빠져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곳에 머무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CBS 인터뷰에서 “미군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2개 군대 사이에 갇혀 있다”며 “지난밤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의 철군을 지시했다. 1000여 명의 병력이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에 개입하지 않은 건 매우 영리한 일”이란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풍과 안이한 태도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거세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그의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개입을 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도움을 구하진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조유라 기자
#쿠르드족#시리아 정권#러시아#터키#시리아 공습#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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