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또 배신당하나…최대 유랑민족 쿠르드족의 비극적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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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8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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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기 나라를 갖지 못하고 중동 이곳저곳에 나뉘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쿠르드족. 지구상 최대 유랑 민족인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 설립’이 최대의 꿈이며 이를 위해 무장 독립 투쟁을 벌여왔다. 중동 내에 흩어진 사람들을 합치면 그 수가 4위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은 수의 민족이다.

이런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란, 이라크의 험준한 국경 산악 지대인 이른바 쿠르디스탄(Kurdistan)에 주로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터키의 영토에 해당한다. 따라서 쿠르드족의 숙원인 독립 문제는 터키에게 있어선 첨예한 정치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쿠르드족은 1978년 쿠르드노동당(PKK)을 만들고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군대가 사실 인민수비대(YPG). 터키는 그러나 PKK 자체를 불법 조직을 보고 있기 때문에 YPG 또한 공격해 왔다. 양측의 충돌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왔다.

이렇게 쿠르드족이 독립을 염원하는 것을 미국은 ‘이용’해왔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이 종전되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쿠르드족의 독립 운동을 부추긴 ‘전력’이 있다. 모술과 키르쿠크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침공할 때 미국은 이 곳에서 활동하던 쿠르드족 민병대를 끌어들였고 결국 2003년 3월 바그다드를 점령,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눈치를 보며 슬슬 지원을 하던데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쿠르드족은 또다시 영향력을 잃고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은 또 지난 5년간 YPG와 손잡고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자국의 정치적 안정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염원은 YPG의 뿌리를 뽑아 내는 것. IS와 싸우는 시리아 반군을 ‘어쩔 수 없이’ 지원해 왔던 터키는 7일(현지시간) 결국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참전을 요구하는 터키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사실상 터키의 쿠르드족 토벌을 용인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고 없이 어느 날 밤 찾아갈 것”이라며 “이 테러 단체들의 위협을 더 이상 용인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은 시리아에서 자국군을 철수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제는 우리가 이 우스꽝스럽고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밝혔다.

IS 토벌에 힘을 보탰던 쿠르드족 및 YPG로선 배신감을 느낄 법한 상황. IS 토벌을 위해 나선 YPG는 1만2000여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YPG를 중심으로 각 반군 조직들이 참여한 연합 조직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 우리를 버리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쿠르드족 관리들은 시리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막거나 최소한 연기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완전한 철군은 쿠르드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IS의 부활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두 차례 얘기했다. 그러나 행정부 인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 말 제임스 매티스가 국방장관직을 내려놓은 주요한 이유도 시리아 철군에 대한 반대 의견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공화당 의원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니아)까지 나서서 쌍수를 들고 시리아 철군을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방부는 조나단 호프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의 군사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안팎의 반발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평소의 ‘이것도 저것도 가능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무마하고 나섰다. 하지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던’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에서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는 발언과 입장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가 거론된 이후 미국과 터키는 시리아와 터키 간 국경에 쿠르드족이 머물 수 있는 ‘안전지대’를 설치하자는 논의를 해 왔으나 이도 현재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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