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암살 책임 첫 거론…직접명령은 부인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7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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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지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I get all the responsibility)”는 입장을 내놨다고 미국 공영방송 PBS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PBS 중동 전문 프로그램 ‘프런트라인’ 기자인 마틴 스미스와 최근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암살은 내 감시 아래 일어났다(Because it happened under my watch)”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는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일어났다(it was without his knowledge)”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정을 주도하는 왕세자로서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카슈끄지 암살을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유엔도 ‘신빙성 있는 증거가 있다’며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사우디는 “현장팀의 판단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잘못된 작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해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어떻게 당신이 모르는 암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사우디 국민이 2000만명에 달한다. 공무원만 200만명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된 인물은 왕세자 전용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드나들었다’는 지적에는 “나는 장관과 관리들이 있다. (전용기 이용은) 그들 소관이다. 그들은 그런 일을 할 권리가 있다(I have officials, ministers to follow things, and they’re responsible, they have the authority to do that)”고 반박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1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외곽의 전기차 경주장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인터뷰에 성공했다. PBS는 카슈끄지 암살 1주기를 맞아 다음달 1일 ‘사우디의 왕세자’라는 제목으로 방송될 프런트라인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암살 수개월전 이뤄진 카슈끄지와 인터뷰도 처음 공개된다. 카슈끄지는 스미스에게 “반체제 인사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다시 침묵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사정보를 유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에 대한 보복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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