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자처한 마크롱 美-이란 화해도 이끌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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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양국 정상과 연쇄 회동… 사우디 공습 갈등 ‘해결사’ 나서
트럼프는 “중재자 필요 없어”… 이란도 시큰둥한 반응 보여
일각선 “佛 국내정치용 행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미국 및 이란 정상과의 연쇄회동에 나섰다.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피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는 “미-이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프랑스 비아리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밝힌 ‘세계의 중재자’ 겸 ‘다자주의 선봉장’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약 9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미국과의 갈등 해소 및 지난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2015년 핵합의 복원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크롱 대통령은 “긴장 완화로 가는 길은 좁지만 반드시 이란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란 측도 회담 후 “양자 관계 복원 및 새 중동 평화 구상 등을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잠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하루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회담도 갖는다. 그는 지난달 G7 정상회의 때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깜짝 초빙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빠른 시간 내에 이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조차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선 행보가 돋보였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미-이란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 “갈 길이 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재자는 필요 없다. 그들(이란)은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지 알 것”이라고 밝혀 마크롱 대통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이날 “협상은 단지 만나서 악수를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목적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자 행보를 두고 국제사회보다는 오히려 국내 정치를 의식한 행동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 연금 개혁 및 노동시장 개편 등에 따른 노년 및 노동자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세계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의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유엔총회#미국 이란 연쇄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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