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구축함 걸프해 추가 파견… 긴장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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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나포에 맞서 상선 보호 작전
美 제외 핵합의국 외교관 빈 회동… 장관급회의 조기 개최 등 합의

영국 해군 구축함 ‘덩컨함’이 28일 걸프 해역에 도착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이란에 나포된 것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덩컨함은 이미 파견된 ‘몬트로즈함’과 함께 영국 상선 보호에 나선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롭게 항해하는 건 영국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 파트너들과 동맹에도 중요하다”며 “상선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합법적으로 항해하고 안전하게 교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현재 호르무즈에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상선들에 대한 이란의 적대 행위 가능성에 대응하는 호위 작전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덩컨함 파견이 당분간 영국과 이란 간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란은 4일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유럽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려 한 혐의로 영국 해군에 억류된 자국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풀려나기 전에는 스테나 임페로호 역시 석방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2015년 서방과 이란이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지키고, 사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을 제외한 JCPOA 당사국과 유럽연합(EU) 차관급 외교관들이 모여 핵합의 준수에 의견을 모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럽 각국은 이란에 핵합의를 완전히 준수하라고 요구했고, 이란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제재를 시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유럽은 핵합의 이행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이란산 원유를 아직 수입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이날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논의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차관은 “분위기가 건설적이었다”고 했다. 참가국들은 조만간 장관급 회의도 열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에서 규정한 우라늄 농축도, 저농축 우라늄 및 중수 저장 한도를 이미 초과했다. 또 유럽이 9월 5일까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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