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왕세자 -아람코 CEO와 친분… 4월 현대오일뱅크 투자 이끌고
아람코와 합작 조선사 지분도 늘려… 지난달 방한땐 5개 MOU 체결
文대통령 간담회, 그룹대표 참석 등… “존재감 키우는 현대家 3세” 평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지난달 26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37)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을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달리 정 부사장은 경영 실무를 챙기는 ‘예비 총수’라는 점에서 재계는 파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였다.
개별 면담을 가진 빈 살만 왕세자뿐만 아니라 정 부사장을 별도로 만난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도 그를 “기선”이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 부사장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 자격으로 아람코 본사를 찾아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매년 사우디를 방문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및 나세르 CEO와도 수차례 만나며 깊은 교분을 쌓았다.
정 부사장은 이런 인연을 계기로 그룹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와 밀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세르 CEO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체결한 12개 민간 MOU 중 5개를 현대중공업그룹과 맺었다.
현대중공업은 아람코 등 4개 회사와 합작해 설립한 조선사 IMI의 지분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렸다. 또 사우디 산업투자공사와는 엔진 제작 및 사후관리 서비스를 맡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4월에는 아람코가 현대중공업그룹 정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7%를 인수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 부사장을 중심으로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그룹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보유한 정 부사장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그룹의 신사업 전략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 인턴기자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 부사장은 현대가 3세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최근 경영 능력 입증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내부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달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현대중공업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25.8%)이지만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나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아니라 경영을 책임지는 총수 일가의 참석을 원한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정 부사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정 부사장이 완전히 그룹경영을 승계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경영 승계를 언급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발굴과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전략의 핵심에는 ‘키맨’으로 불리는 김성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전무가 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정 부사장이 BCG에서 근무할 때 상사로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정 부사장이 BCG를 떠나 현대중공업 기획실에 들어온 뒤 2016년 신사업 전략을 추진하면서 김 전무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 컨설팅 계열사 현대미래파트너스의 대표를 겸임하는 등 중책을 맡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