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서 집권 사회당 과반 확보 실패…극우성향 정당 ‘복스’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1일 2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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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집권 사회노동당이 10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스페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 산티아고 아바스칼(43)이 이끄는 ‘복스’는 사회당, 제1야당 국민당에 이어 제3당으로 약진했다. 올해 4월에 이어 두 번째 총선을 치렀음에도 과반 정당이 탄생하지 못해 당분간 극심한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당은 28%의 득표율로 하원 전체 350석 중 120석을 얻었다. 과반 176석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4월 총선(123석)보다도 3석이 줄었다. 중도우파 국민당은 88석을 얻어 4월(66석)보다 22석 늘었다. 특히 4월 1975년 민주화 후 사상 최초로 원내에 진입한 극우정당 복스는 이날 총선에서 4월(24석)보다 배 이상 많은 52석을 얻었다. 두 당은 모두 카탈루냐 독립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어 급진좌파 포데모스 35석, 카탈루냐 독립을 원하는 ERC 등 3개 분리주의 정당이 23석을 확보했다.

지난달 스페인 대법원은 2017년 국민투표 등을 통해 분리 독립을 추진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전 지도부에 최대 13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바르셀로나를 위시한 카탈루냐 주요 도시에서는 이들의 석방과 독립 승인을 요구하는 시위가 빗발쳤다. 타 지역에서도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이어졌다. 산체스 정권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분리주의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하나의 스페인을 만들겠다”는 복스로 표심이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틴어로 ‘신의 목소리’를 뜻하는 복스는 강력한 카탈루냐 독립 반대, 반(反)난민, 반페미니즘, 낙태 및 동성애 반대를 외친다. 아바스칼 대표는 카탈루냐 못지않게 분리 독립 열망이 강한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소년이던 시절 국민당원이던 부친이 바스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죽을 뻔하면서 그의 성향은 출신 지역과 다른 방향이 됐다. 10대 때부터 국민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했고 2013년 “국민당보다 더 보수적이고 더 종교적이며 더 민족주의적 사회를 만들자”며 복스를 창당했다. 4월 총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을 본뜬 구호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Spain Great Again)’를 외쳤다. 언론 인터뷰에서 늘 “미국 유명 총기 브랜드 스미스앤드웨슨 권총을 집에 보유하고 있다”며 총기 보유 자유화를 외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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