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도로서 한낮 매복 총격…어린이 6명 포함 미국인 9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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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와 소노라 주를 잇는 한적한 시골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석 대가 무차별 매복 총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운전을 하던 여성 3명과 차에 탄 어린이 6명 등 미국과 멕시코 복수 국적의 일가족 9명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5일 전했다.

희생자들은 1940년대 미국에서 멕시코로 건너와 정착한 모르몬교 원리주의 분파인 르배런 일가의 후손들로 알려졌다. 미 언론이 전한 현장은 참혹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이날 남편을 데리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섰던 로니타 밀러 씨는 도로에서 집중 사격을 받고 네 자녀와 함께 숨졌다. 불에 탄 차량에서 6개월된 쌍둥이들이 카시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유족들을 인용해 NYT가 전했다.

또 다른 차량의 여성 운전자인 크리스티나 랭퍼드 씨는 차 밖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유족들은 범인들이 그의 가슴을 정조준했다고 전했다. 도망치다가 변을 당한 듯 등에 총을 맞은 아이도 있었다. 나머지 8명의 아이들은 도로나 나무 뒤에 숨어 목숨을 건졌다. 12살 아이는 5시간을 걸어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6년 마약과 전쟁 이후 멕시코에서 발생한 미국인 관련 최악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르배런 가족들이 공격을 받은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마약 카르텔 중 일부는 멕시코의 ‘마약왕’으로 불리는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끄는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군경은 지난달 엘차포의 아들을 체포했다가 마약 카르텔 조직원 400여 명과 총격전을 벌인 뒤 그를 풀어주고 후퇴한 일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후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그들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려야 할 때”라며 “여러분(멕시코의) 위대한 새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매우 감사한다”면서도 “우리는 헌법과 독립 및 주권의 전통에 따라 이 사건들을 독립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거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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