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가톨릭 주교들 “사제 부족 심각해…기혼자 서품 허용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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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사제 서품도 필요해” 아마존 교구 주교회의, 교황에게 요청
동유럽 교구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허용…연말까지 교황이 결론 낼 듯

23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요 일반 알현에 참석한 어린이에게 뽀뽀하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23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요 일반 알현에 참석한 어린이에게 뽀뽀하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남미 9개 나라로 구성된 가톨릭 아마존 교구 주교회의가 “교구의 성직자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기혼 남성을 사제로 서품하고 여성을 부사제로 서품하는 방안을 바티칸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에게 26일(현지 시간) 건의했다.

AP통신은 “최초의 남미(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년 전 만든 아마존 교구가 로마 가톨릭 전통을 거스르는 제안을 교황에게 내밀었다”고 전했다. 아마존 교구 주교단 181명은 3주간 바티칸에서 열린 교구 주교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기혼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직 서품 허용 요청’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41표(무효 12표)로 통과시켰다.

이들은 “성별 구분 없이 공평한 방법으로 사제를 서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ABC에 따르면 수녀 35명도 이번 교구 주교회의에 동석해 제안서 작성 과정에 참여했지만 제안서 표결권은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회의 투표가 끝난 뒤 “여성 부사제 서품에 관해 종합적으로 논의했던 2016년 바티칸 위원회 문서를 재검토한 뒤에 여러 주교단의 의견을 종합해 기혼 남성과 여성 성직자 서품에 관해 기술한 교황청 문서를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바티칸 보수 세력은 “아마존 교구와 교황이 사제의 순결 의무를 뒤흔드는 이단적인 제안으로 가톨릭을 타락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AP통신은 “가톨릭의 24개 교구 주교회의 중 동유럽 교구는 수백 년 전부터 기혼자에 대한 사제 서품을 허용하고 있으며 결혼한 영국국교회(성공회) 사제의 개종도 이미 허용돼 있다”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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