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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쿠르디’ 사진에 세계가 눈물…美 반이민정책에 비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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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쿠르디’ 사진에 세계가 눈물…美 반이민정책에 비판의 목소리

최지선기자 입력 2019-06-26 20:01수정 2019-06-2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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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
23일 오후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가까운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변. 미국으로 월경하려는 이민자가 많은 이 곳에 엘살바도르 출신 20대 부부와 23개월 딸이 나타났다. 아버지는 거센 강물을 헤치고 아기를 미국 쪽에 데려다 놓았다. 멕시코 쪽에 남아있던 아내를 데리러 가려던 순간, 아기가 갑자기 강에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아버지는 딸을 붙잡았지만 부녀는 급류에 휘말렸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기를 자신의 티셔츠 안에 밀어 넣었다. 맞은 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어머니는 비명을 질렀다. 하루 뒤 사고 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둘의 시신은 사라질 때 모습 그대로였다.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가 24일 전한 한 장의 사진이 세계인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 씨와 딸 발레리아. AP통신은 “둘의 모습이 2015년 터키 남서부 보드룸 해변에서 천사처럼 잠든 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쿠르드족 난민 알란 쿠르디(당시 3세)를 떠올리게 한다”며 발레리아를 ‘미국판 쿠르디’로 묘사했다. 이 사진을 찍은 훌리아 르둑 기자는 “경찰기자로 일하며 시신에 무감각해졌지만 둘의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어머니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 씨(21)에 따르면 가족은 4월 3일 엘살바도르를 떠나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 이민자 보호소에 도착했다. 2개월간 머물다 미국에 망명을 요청하려고 23일 마타모로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일요일이라 이주 사무실은 닫혀있었다. 망명 대기자만 수백 명이라 미국으로 갈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가족은 할 수 없이 강을 건너기로 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고국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라미레스 씨는 피자집에서 월급 350달러(약 40만 원)를 받았다. 중국음식점 계산원이었던 아내는 딸이 태어난 후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뒀다. 친척들은 뉴욕타임스(NYT)에 “부부가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다”며 눈물을 흘렸다.

AP 뉴시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사망한 이민자는 283명. 특히 부녀가 익사한 리오그란데강은 핵심 ‘도미(渡美)’ 경로다. 강폭은 30m에 불과하지만 유속이 세 맨몸으로 건너기 쉽지 않다. 미국으로 넘어가다 체포된 불법 이민자의 40% 이상이 이 강을 건너다 붙잡혔다. 숨진 부녀가 도착했던 마타모로스 영사관에도 붐빌 때는 1700명의 대기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수용 시설의 열악한 상태도 비판을 고조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모와 격리된 채 시설에 갇힌 아동들이 물 부족으로 몇 주간 씻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2008년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7개월간 납치됐던 데이비드 로드 전 NYT 기자는 트위터에 “탈레반은 적어도 치약과 비누는 줬다”며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보다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이 이민자 수용을 거부할수록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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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이어지자 25일 존 샌더스 미 세관국경보호국 국장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 전임자보다 더 강경한 반이민 성향의 마크 모건 이민세관단속국 국장대행이 후임자로 낙점됐다. 야당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이날 이주민 보호를 위해 45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의 ‘인도주의 지원 청원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혔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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