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또 대규모 정전…시민들 “더 이상 삶도 기회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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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두 대통령’의 베네수엘라가 다시 암흑에 갇혔다. 25일부터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곳곳의 전기가 끊겨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병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달 7일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정전이라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 전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는 27일까지 이틀간 휴업 및 휴교령을 내렸다. 주요 은행, 상점, 식당 등의 운영도 멈췄다. 정전으로 배수 펌프를 가동하지 못해 수돗물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선통신 신호도 잘 잡히지 않아 거리에 나와야만 휴대폰 통화가 가능할 정도. 카라카스의 한 식당 종업원 호니 바르가스 씨는 AP통신에 “더 이상 삶도 기회도 없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정전은 베네수엘라 내 23개 주 중 17개 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당일인 25일 밤 잠시 전기 공급이 재개됐지만 곧 끊겼다. 정확한 복구 시점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달 초 정전 때는 총 19개 주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복구에 1주일이 걸렸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국영 VTV에 “정전 이유는 서구의 자기장 공격 때문”이라며 “ 미국 워싱턴에서 계획하고 현 정부를 반대하는 베네수엘라 내부 테러리스트 집단이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수십 년간 보수 및 신규 투자 없이 낙후된 전력 시스템을 방치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전력회사 카다페의 조지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 전 부회장 등은 26일 NYT 기고문에 “정전보다 더 큰 문제는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며 “대체 전원 부재, 전문인력 부족, 시설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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