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전사태로 식수난 , 산악지대 샘물에 군중 몰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1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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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의약품 부족에 물마저 없어 "참상"
지하수 펌프도 정전으로 불통

지난 7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전국적인 정전 사태로 국민들은 수퍼인플레와 식량난, 의약품 대란에 이어 식수난의 고통까지 당하고 있다. 10일 베네수엘라의 산지 마다 샘물을 구하는 인파가 몰렸고 수도 카라카스의 산악지대에도 평소 보다 많은 인파가 물통을 들고 샘물을 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일부 몇 군데 지역은 기술자들이 전력 복구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정전이 계속되고 있어 사람들은 먹을 것과 약품에 이어 물을 구하는 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주말에도 계속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카라카스 일부 지역에는 아직도 임시 바리케이트들과 불에 탄 물건들의 잔해가 교차로마다 널려 있는 상태이다.

카라카스 주민인 르네 마르티네스(31)는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가진 것을 몽땅 털어가지고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구하기 어려운데다 이제는 전기까지 끊겨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것이다.

몇 군데 전기가 복구된 주유소마다 대기중인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고 병원들마저 정전으로 비상 발전기를 돌려서 위급한 환자들과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들은 전기 없이 진료를 계속하고 있어서 전기로 움직이는 산소흡입기와 혈액 투석기등 장비들에 의존하는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번 정전 사태로 가뜩이나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던 정치적 대립도 악화했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 관리부실이 초래한 참사라며 마두로 정권과 미국의 공모세력이 전국 전기공급망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정전이 반정부세력의 파괴활동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마두로는 10일 트위터를 통해 식품과 식수등 기초생필품을 병원 등 중요 장소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학교와 공공기관은 11일부터 정부가 전력망을 복구할 때까지 휴교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지만 후속 지시사항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이 날 베네수엘라의 각종 발전시설을 폭도들의 파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정전사태의 배후가 누군지 우리는 안다”면서 미국의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와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의 의장으로 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한 과이도는 정부가 정전으로 인한 환자 사망자수를 은폐하고 있어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죽은 17명의 환자 중 15명이 마투린 시에서 발생했으며 정전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과이도 지지자인 의사 훌리오 카스트로도 마투린에서 15명이 정전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알바라도 보건부 장관은 국영 TV연설에서 사망자 관련 보도에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의 비상발전기 보급으로 전국 주요 병원의 90% 이상이 무사히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심각한 중환자들도 큰 문제가 없다고만 발표했다.

아직 민간 시민단체의 집계도 나오지 않아서 정전으로 인한 환자 사망자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와 반정부 세력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직을 두고 필사의 대결을 계속하고 있어 국민들의 고통은 당장 해결될 기미가 없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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