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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11세 소녀에게 출산 강요…아르헨티나 낙태 합법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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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11세 소녀에게 출산 강요…아르헨티나 낙태 합법화 논란

최지선기자 입력 2019-03-03 19:05수정 2019-03-0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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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한 소녀가 낙태를 요구했지만 병원이 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하게 해 낙태 합법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투쿠만 주 루시아 양(가명·11)은 할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 루시아는 임신 초기부터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과 병원에 의해 23주까지 낙태 시술을 받지 못했고 지난달 26일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아이는 살 확률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은 보건 당국과 병원의 합작품이었다. 당국은 루시아의 법적 보호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낙태 허용 명령을 차일피일 미뤘다. 루시아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루시아를 성폭행했기 때문에 할머니는 친권을 잃었다. 루시아에게는 마땅한 법적 보호자가 없는 셈이다.

병원은 낙태를 적극적으로 지연시켰다. 루시아의 변호인에 따르면 병원 관계자들은 태아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비타민제를 투여했다. 병원은 반(反)낙태 주의자들을 병동에 들어오도록 했고 루시아에게 “아기를 낳지 않으면 다시는 엄마가 될 수 없다”며 협박했다. 의사들은 양심에 반한다며 낙태를 거부했고 변호인단은 응급 소송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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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낙태 합법화 논란에 불을 붙였다. 낙태 찬성론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녀는 어머니가 아니다(#Girls, not mothers)’라는 문구의 해시태그를 퍼뜨렸다. 중남미는 가톨릭 신자가 국민 대다수인 국가들이 많아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엘살바도르,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서는 낙태가 불법이다. 아르헨티나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을 당했을 때에 한해 낙태를 허용한다. 그러나 허용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시술을 거부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의회에서 7표 차로 부결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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