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공론화”…韓·日 IAEA 외교전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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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0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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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총회에서 171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9.17/뉴스1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총회에서 171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9.17/뉴스1
한국과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두고 국제 무대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오염수 해양 방류가 전세계 해양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주장에 일본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 정기 총회’에서 양국 대표단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을 하며 171개 회원국 대표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언급했다.

문 차관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오염수의 처리 문제가 해답을 찾지 못하고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 고위관료가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으로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고 있다”며 “일본의 원전 오염수 처리가 해양 방류로 결정될 경우 전 지구적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로 IAEA와 회원국들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매일 150~17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오염수 저장탱크는 2022년 8월 포화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오염수 처리방안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해양 방류 계획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우리나라 환경부 장관급인 일본 고위 관료 하라다 요시아키 환경상은 ‘오염수 해양 방출 가능성’을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차관은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과 같이 오염수 처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 차관은 “IAEA가 후쿠시마 사고 처리에 있어 일본과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온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문제에도 동일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안전, 환경 보호를 위한 일본 측의 실질적이고 투명한 조치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 차관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비해 환경 생태계 조사를 진행하고 국제사회의 오염수 처리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문 차관은 “일본의 원자로 상태, 오염수 현황에 대한 현장조사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모두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차관보다 앞서 기조연설을 펼친 일본 측은 “오염수에 대한 우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 일본 과학기술상은 기조연설을 통해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대처는 IAEA로부터 평가받고 있다”면서 “일본의 조처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후쿠시마 원전수 공론화에 나선 한국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폐로·오염수 대책에 대해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일본이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공표한 정보나 IAEA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해 공정하고 이성적인 논의를 실시하길 요구한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을 하고 있고 이는 후쿠시마의 재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의 기조연설이 끝난 후에도 문 차관의 기조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타케시 히키하라 IAEA 일본 대사는 ”오염수 방류에 문제는 전제부터 틀렸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오염수 처리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구체적인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며 ”일본은 IAEA에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염려에 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리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투명성을 가지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정화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근거를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삼중 수소는 암이나 기형을 유발하는 방사능 물질이다. 다케모토 나오카즈는 ”정화장치인 알프스에서 처리된 물은 ‘삼중수소’ 이외 방사능 물질은 거의 걸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IAEA 총회에서 과기정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외교부 등 범부처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코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 대행을 만나 오염수 처리 문제에서 IAEA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일 정부는 IAEA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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