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관련 큰 4개부처에 강경파… 아베 ‘대결구도 불변’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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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각료 19명중 17명 교체
아베 “청구권협정 준수 계속 요구”… 우익성향 다카이치-가와이 요직에
하기우다-가토-니시무라 3인방 모두 관방부장관 출신 개헌 선봉
간사장 대행엔 ‘여자 아베’ 이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확정한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의 특징은 ‘강경 우파 전면 배치’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관련성이 많고 역사 인식이 중요한 외상, 방위상, 경제산업상, 문부과학상 등 4개 자리에 강경파 인사를 전진 배치하면서 한일 관계도 갈등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규제 강화를 주도하는 경산상에 발탁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자민당 국회대책 수석 부위원장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했다. 전쟁 포기를 선언한 헌법 9조 개헌에 찬성하고,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규제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불리는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56) 신임 문부상도 고노 담화에 대해 “역할이 끝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 위안부 문제, 난징(南京)대학살 등에 대한 기술 방식을 문제 삼으며 ‘일본을 가해자로 묘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인사여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4) 신임 외무상은 아베 총리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인물이다. 다만 외교 경력이 없어 아베 총리가 민감한 외교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1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일 및 한미일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긴밀한 연대가 지금처럼 중요한 때가 없었으며 미래 지향의 일한(한일)관계를 쌓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에 대해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해 양국 관계의 기초를 뒤집고 있다. 시정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면서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복했다.

방위상에는 비교적 유화적이었던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이 물러나고, 한일 대립의 최전선에 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기용됐다. 고노 신임 방위상은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반복해 발사하는 상황에 대해 아베 총리로부터 ‘위협을 억지하도록 지시받았다’”면서 “외교 방위에서 확실하게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그가 연대의 주체로 한일 등을 언급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베 총리는 개각 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국 측이 일한(한일) 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며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다. 그 방침은 일관된 것이고, 새로운 체제에서 조금도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우익 성향의 역사 인식을 보여준 인사들도 두루 요직에 배치됐다. 총무상으로 다시 입각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여) 전 총무상은 일본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은 망언을 되풀이해온 인물이다. 그는 1월 미국 워싱턴에서 강연하면서 “한국 전체에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도 다 용인된다’는 분위기가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은 자민당의 수석 부간사장에서 간사장 대행으로 승격했다.

총리 보좌관 또는 관방부장관으로 일하며 아베 총리의 DNA를 익힌 인사들도 입각했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과 에토 다쿠(江藤拓) 농림수산상은 총리 보좌관 출신이다. 하기우다 문부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은 관방 부장관을 경험했다. 이들은 내각에서 개헌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용석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는 “아베 총리의 측근을 중심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이른바 ‘개헌 내각’”이라며 “전략적으로 한국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지지율을 높이려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아베 신조#일본#개각#우익#한일 갈등#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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