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개의치 않았다”…2년전 영국땅 밟은 베트남인 회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8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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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행, 내게 남은 유일한 선택이었다"
"이번 죽음에도 이민행렬은 계속될 것"

“냉동 트럭에서 죽는다해도 개의치 않았다”. 베트남 북부에서 화물차를 타고 2017년 영국에 도착했다는 20세 남성은 여전히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정말 나빴다”며 “탈출을 시도하다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한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는 그는 “당시로서는 영국에 오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영국으로 와야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나는 베트남에서 죽을 예정이었다. 영국으로 가는 도중에 죽어도 상관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영국행 외에는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일 영국 에식스 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냉동 트럭 사망사건 피해자 39명 중 상당수가 베트남 국적이라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에 없는 기회가 이곳에는 있다. 이민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냉동 트럭 사망 사건 이후 영국 현지 매체들은 이같은 경로로 영국으로 들어온 베트남인들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를 보도하고 있다.

가디언은 최근 네일샵에서 일하고 있는 10대 베트남 국적의 청소년 두 명이 영국의 청소년 보호단체로 이송됐다는 이야기를 내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위조된 여권으로 외국으로 가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VIP 케이스에나 가능하다”며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화물 트럭에 숨어 해협을 건넌다”고 말했다.

그는 “네일샵에서 일하던 10대 소녀 A는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러시아로 이동해 영국까지 왔다”며 “러시아에서는 유럽행을 준비 중인 이들이 머무는 곳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출국했다. 그들의 여정은 매우 다양한 단계로 나뉘었다. 그때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함께했다”고 말을 전했다.

그렇게 영국으로 들어온 A는 영국 도심에 있는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네일샵을 스스로 찾아갔다. 네일샵에서의 근무 조건 역시 열악했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시급도, 일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나았다.

소식통은 “베트남에서 온 소녀들 역시 이번에 냉동 트럭에서 사망한 이들과 같은 지방에서 왔다. 그들 중 한 명은 계속 영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어떻게 경찰과 사회복지단체의 감시망에 올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들 역시 영국에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왔다는 사실이다.

영국 내무부가 올해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1명의 베트남인이 브로커를 통해 영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수치는 여전히 정확하지 않다. 대부분이 밀입국자이며 이들에 대한 정보는 문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자선단체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우리 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이들을 국적·성(性)별로 분석했을 때 베트남 남성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베트남 국적의 사람들 209명과 함께 활동했다”며 “이는 5년 전에 비해 248%가 증가한 수치”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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