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냉동트럭 사망, 베트남 유족의 눈물…“영국으로 간다던 아들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8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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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일해 가족들 부양하겠다는 꿈
지난 21일께 "프랑스 지났다" 연락도
남은 가족들 "브로커 비용 어떻게 갚나…"

베트남 북중부의 농촌 마을 응에안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23일 영국 에식스 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사망사건 피해자 39명 중 35명이 바로 이 응에안 지역 출신으로 알려지면서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냉동 컨테이너에서 숨진 르 반 하(30)의 아버지 르 민 투안(57)이 마지막으로 아들과 통화한 것은 21일께. 르 반 하는 “이제 프랑스를 지났다”며 “영국으로 들어가는 차에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투안은 어린 손자를 부둥켜 안고 울며 “아들이 유럽으로 떠단 것은 지난 7월이었다”고 설명했다. 며느리의 뱃속에 있는 둘째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르 반 하가 두 아들을 두고 떠난 이유는 오직 하나,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렇게 베트남 호치민에서 말레이시아, 터키, 그리스,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숨진 르 반 하의 집에는 그와 아내가 행복하게 웃는 대형 결혼식 사진이 걸려있었다.

르 민 투안은 “아들은 그저 가족을 더 나은 환경에서 부양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5살,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둔 르 반 하는 최근 실직으로 돈이 궁한 상태였다. 그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어 베트남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유럽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유럽까지 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온 가족이 돈을 모아 브로커에게 건넨 돈은 7억 동(약 3500만원), 베트남의 1인당 평균소득이 300만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다.

투안은 “아들은 우리에게 상당한 빚을 남겼다”며 “언제까지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늙었고 건강도 좋지 않다”며 흐느꼈다.

영국과 베트남 당국은 아직까지 냉동 트럭에서 숨진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안은 아들의 사망을 확신한다. 그는 “아들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새로운 나라에 도착할 때마다 집으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19살 부이티누엉의 가족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언니는 “21일 누엉에게서 ‘창고에 있다’는 짧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밀입국자 100여명을 함께 태운 트럭 3대 가운데 1개만이 발견됐다. 우리는 여전히 마법이 일어나길 바란다. 누엉이 다른 트럭을 타고 있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지역의 신부는 26일 자신의 성당에서 추모식을 열고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신부는 “사망한 39명 중 35명은 응에안 출신”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가짜 중국 여권을 지닌 채 중국을 거쳤다”고 말했다.

신부는 “경제 상황, 환경, 삶의 질, 열악한 사회 보장은 물론 교육과 문화, 낮은 인권 등 문제로 베트남 국민들은 이곳을 떠나고 싶어한다”며 “위험함을 알면서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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