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어머니 나가라”…佛 ‘브루카 금지법’ 다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8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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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인, 아들과 함께 견학 온 母에 고함
피해자 "공권력 가진 이들이 저지른 인종혐오"

공공장소에서 부르카·히잡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의 ‘브루카 금지법’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고 17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아들과 함께 지방 의회로 견학을 온 어머니를 향해 극우정치인들이 “히잡을 벗든지 이곳을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지난 11일 ‘파티마’라는 이름의 여성은 어린 아들의 학교 견학 일정에 보호자로 동반했다. 견학 장소는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지방 의회였다.

문제는 한 의원이 의회의 회의를 참관하기 위해 자리에 착석한 파티마를 향해 “히잡을 벗으라”고 소리치며 시작됐다. 그는 마린 르 펜 대표가 이끄는 프랑스 극우당 국민연합(RN)의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파리 경찰청 본부에서 급진 이슬람 사상을 신봉한 직원이 흉기를 휘둘러 4명의 경찰관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슬람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시민단체인 ‘이슬람 혐오 반대 단체(CCIF)’와의 인터뷰에서 파티마는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면서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아들은 울면서 다가오더니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며 “아이들에게 ‘난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티마는 “이 건은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인종적 본성에 대한 폭력행위”라며 지자체를 고발했다. 또 ‘인종혐오’ 명목으로 파리 시에 대한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티마의 사건이 알려지며 이슬람 여성을 중심으로 한 거리 시위가 촉발됐다. 적어도 아동을 보호한 어머니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다.

논란이 커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 시민들에 오명을 씌우거나, 이들을 테러로 연결시키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2004년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특정 종교의 상징이 될만한 복장을 금지했다. 모든 얼굴을 가리는 브루카는 머리만 가리는 히잡보다 더욱 엄격하게 단속한다.

최초로 프랑스에 브루카 금지법을 도입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베일은 여성을 억압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발언한 적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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