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도 英서 우측운전하다 사고낼 뻔”… 역주행 사망사고 낸 외교관 부인 옹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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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가 전화해 송환 요청
“면책특권 있다” 단칼에 거절… 영국인들 비난여론 들끓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8월 말 19세 영국 청년 해리 던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미국 외교관 부인 앤 서쿨러스 씨(42)를 두둔해 영국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쿨러스 씨의 송환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오자 이를 거절했다.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외교관 본인 및 가족이 타국의 민형사 관할권에서 제외되는 면책 특권을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미국인이 영국에서 교통사고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도 영국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낼 뻔했다”며 오히려 영국의 우측 운전 체계를 비난했다.

사고 당시 서쿨러스 씨는 반대쪽 차로로 역주행을 하다 던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3주 전쯤 영국에 도착한 그가 미국의 좌측 운전과 영국의 우측 운전을 착각해 사고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사고 직후 “영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경찰에 약속했지만 곧바로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달 초 언론이 이 사건을 폭로한 뒤 영국에서는 그를 송환해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던의 부모는 BBC에 출연해 “사고 후 가해자 측으로부터 어떤 사과의 말도 듣지 못했다. 영국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유예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미국은 그간 미국 안에서 위법을 저지른 타국 외교관에 대해서는 소속 국가에 면책 특권 철회를 압박해 상당 부분 철회를 이끌어냈다. 반면 자국 외교관이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잘못은 이번처럼 무시로 일관해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역주행 사망사고#영국 청년#앤 서쿨러스#외교관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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