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도 도밍고, 미투에도 기립박수 받다…유럽은 옹호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6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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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미투 논란’ 이후 처음 출연한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도밍고가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오페라 축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콘서트 오페라 ‘루이자 밀러’ 무대에 서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12일 AP 통신이 도밍고에 대한 성추행 의혹 기사를 보도한 뒤 처음 오른 무대다. 당시 AP는 오페라 가수 8명·댄서 1명 등 여성 9명의 도밍고에 대한 폭로를 보도했다.

이날 ‘루이자 밀러’에서 도밍고는 타이틀롤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AP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10분 동안 박수갈채를 쏟아냈는데, 기립박수는 ‘78세의 오페라 전설’(도밍고)만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도밍고가 커튼 뒤에서 나타나자 박수갈채가 거세졌다”고 전했다.

AP 보도 이후 도밍고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세계 오페라계는 분열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미국의 두 오페라 극장은 가을로 예정됐던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했다.

하지만 유럽은 도밍고를 감싸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여한 상당수는 이 사안을 미국의 정치적 올바름의 악의적인 행태로 보고, 사법적 증거 없이 도밍고의 미국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고 AP는 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독문학 교사 미카엘 부르가세르는 이번 도밍고의 공연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과거에 도밍고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에 특별 출연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이 기립 박수를 보낸 것은, 도밍고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라면서 “그에 대한 비난은 터무니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공연장 밖에서 도밍고를 기다린 팬은 그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도밍고가 아내, 아들과 길을 건너자 “빅토리” 등을 외치기도 했다.

30년 동안 200회 이상의 도밍고 공연을 봤다는 팬 앤 마리 린다우어는 “도밍고의 공연을 취소한 미국 오페라 극장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밍고에 대한 지지는 오페라계 후배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조지아 출신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36), 폴란드 출신 테너 표트르 베찰라(53) 등이다.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한 도밍고는 1961년 미국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를 맡은 뒤 약 50년 간 테너로 활동하며 ‘오페라계 슈퍼스타’로 통했다. 2009년 바리톤으로 다시 전향한 이후 여전히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내한공연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AP통신이 도밍고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폭로한 여성들은 도밍고가 오폐라계 절대적인 지위를 악용, 성적인 요구를 했다고 토로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력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도밍고는 성명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모든 상호작용과 관계는 항상 환영받았으며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래식계에서는 도밍고가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그가 이름값에 걸맞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비평가 헤드비히 카인베르거는 AP통신에 “도밍고는 명성으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면서 “환호 외에도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해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고백을 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밍고의 ‘미투 논란’ 이후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 LA오페라는 도밍고가 2003년부터 총감독을 맡고 있는 곳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여론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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