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 英-中 충돌… 英 “진압반대”vs 中 “내정간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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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외교-람 행정수반 통화 놓고… 中 “홍콩, 英식민지 아니다” 반발
런민일보 ‘美가 시위배후’ 주장… “中, 1842년의 중국 아니다” 강변

홍콩 경찰 “해산 안하면 쏜다” 10일 홍콩 침사추이 근처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0주째에 접어든 홍콩 시위는 송환법 철회 요구에서 행정수반 보통선거 실시 등 민주주의 보장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AP 뉴시스
홍콩 경찰 “해산 안하면 쏜다” 10일 홍콩 침사추이 근처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0주째에 접어든 홍콩 시위는 송환법 철회 요구에서 행정수반 보통선거 실시 등 민주주의 보장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AP 뉴시스
중국이 미국을 홍콩 시위 배후로 지목하며 미중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중국과 영국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1842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해 홍콩을 넘겼고 155년이 흐른 1997년 돌려받았다.

10일 영국 외교부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은 9일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과의 통화에서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폭력이 (홍콩 시민) 다수의 합법적 행동에 그늘을 드리우면 안 된다”며 중국군 투입 및 무력 진압을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영국 식민지가 아니다. 영국 정부가 홍콩 행정수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박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은 홍콩에 대한 주권, 통치권, 감독권이 없다. 무책임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공식 소셜미디어에 “중국은 이미 (아편전쟁으로 홍콩을 영국에 빼앗긴) 1842년의 중국이 아니다.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글과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이 반중 인사와 만나는 모습,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엘리엇 엥걸 미 하원 외교위원장의 시위 지지 발언 등이 담겼다. 특히 동영상의 위쪽엔 미 고위 인사의 모습을, 아래쪽엔 홍콩 시위 모습을 담아 시위 배후가 미국이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하기 위한 편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기업도 시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9일 중국 민항국은 홍콩 유명 항공사 캐세이패시픽에 반중 시위에 참가한 직원들의 중국행 비행기 조종 등을 금지하도록 제재했다. 하루 뒤 캐세이패시픽은 시위에 참가한 조종사 1명을 비행 업무에서 배제했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이팡(一芳)과일차’ ‘CoCo(코코)밀크티’ ‘공차’ 등 대만의 유명 밀크티 기업들도 홍콩 시위에 지지를 표시했다 중국과 대만 양국 누리꾼 모두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중국 누리꾼의 거센 항의를 받은 두 기업이 시위 지지를 철회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자 대만 누리꾼들이 두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베르사체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티셔츠로 중국 누리꾼의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블룸버그는 베르사체가 티셔츠에 홍콩과 마카오를 중국 도시가 아닌 별도 국가로 표현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베르사체의 첫 중국 홍보대사가 된 중국 배우 양미(楊冪·33)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체계를 침해했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한편 11일에도 홍콩에서는 반중 시위가 이어졌다. 6월 9일 이후 벌써 10주째다. 범죄인 인도법 철폐가 목적이었던 시위 초기와 달리 이제 ‘보통선거 실시’ 등 민주주의 보장 요구가 거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전했다. 현재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은 한국의 국회 격인 입법회 의원들의 간접 선거로 뽑힌다. 입법회 대다수가 친중파여서 사실상 중국의 낙점이란 비판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예윤 기자
#영중 갈등#영국 정부#중국군 투입#홍콩 반중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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