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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왜곡’ 보리스 존슨, 어떻게 英 흔드는 정치인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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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왜곡’ 보리스 존슨, 어떻게 英 흔드는 정치인 됐나

뉴시스입력 2019-07-15 11:10수정 2019-07-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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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특파원으로 일하며 反EU 감정 자극
브렉시트로 이어지는 동력 만들어

영국에서는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보수당 대표 경선 결선이 한창이다. 투표권을 쥔 당원들 사이에서 결선에 오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의 지지율이 50%가 넘어 큰 이변이 없다면 그의 당선은 거의 확실한 수준이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언론인 출신인 존슨이 어떻게 영국을 흔드는 정치인이 됐는지 집중 조명했다.

그가 대중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89~1994년 우파 대중지인 텔레그래프의 유럽연합(EU) 브뤼셀 특파원으로 활약하면서다.

그는 당시 1면 기사로 “EU가 콘돔 사이즈를 16㎝로 통일하려 한다” “EU가 새우향 감자칩 생산을 금지한다”등 황당한 기사를 작성하며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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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콘돔 기사에서 존슨은 “이탈리아 측은 더 작은 사이즈를 요구하며 EU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자괴감만 남았다”는 자극적인 내용과 함께 당시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이던 윌리 헬린의 “이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는 말을 인용했다.

헬린 전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그의 헛소리에 화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 콘돔의 크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유럽 전역의 의료 기관에서 콘돔의 안전성을 점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검토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존슨의 기사를 시작으로 기자들은 독일인과 프랑스인의 음경 크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존슨은 과장과 왜곡, 거짓의 선봉장이었다. 그는 광대, 성공한 광대였다”고 말했다.

존슨이 쓴 파격적인 기사들은 EU 언론의 중심이 됐다.

당시 그와 함께 기자로 활동하던 이들은 “그가 브뤼셀에 머물던 5년 동안 영국에서 EU 보도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회고했다. 텔레그래프에서 국제부 편집장을 지낸 나이절 웨이드는 “EU 기사는 늘 ‘중요하지만 따분한 취급’을 받았다. 아무도 브뤼셀의 이야기에 관심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슨이 등장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따분한, 그렇지만 중요한 정책은 신경쓰지 않았다. 존슨은 유럽 규제의 틈을 파고 들고, 영국 주권에 대한 EU의 위협에 집중했다.

존슨의 이같은 보도는 그의 정치적 DNA의 핵심이 됐다. 영국에 숨어있던 반(反)EU의 목소리가 확대됐고, 이는 브렉시트의 씨앗이 됐다.

당시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던 찰스 그랜트(영국)는 “그가 브뤼셀에서 자신의 인격(페르소나)을 형성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존슨은 상당히 일반적인 기자였다. 그러나 1면에 그의 자극적인 기사가 자주 올라갈수록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에 부응해내야 했다”고 했다.

그의 명성이 시작된 것은 유럽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베를레몽 빌딩 폭파설’이었다.

존슨은 EU가 유럽위원회 건물을 증축하기 위해 베를레몽 빌딩의 재건축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공병(工兵)들이 건물 폭파 작업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석면이 가득한 베를레몽 빌딩의 재건축이 이들에 얼마나 위험을 미치게 될 것인가 설명했다.

단일 시장을 구축 중이던 EU의 회의 내용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 영국 관료는 “영국 언론은 EU 집행위의 회의 내용을 상당히 지루하게 다뤘다. 시장 규제, 관세 등 복잡한 설명이 난잡하게 등장했다”고 했다. 이 사이에 등장한 존슨의 보도는 EU에 대한 영국인들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셈이다.

존슨과 같은 시기 브뤼셀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독일 통신사 ARD의 기자는 “EU 집행위는 정오 회의에서 존슨의 기사를 보며 늘 탄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나온 존슨의 질문은 늘 비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우리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존슨의 이와 같은 접근은 EU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공포심을 유럽 국가로 뻗어나가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위프 옐레만-옌센 당시 덴마크 외무장관은 “존슨의 보도는 덴마크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EU가 유럽 국가를 좌지우지한다는 존슨의 보도는 말이 안 된다고 할 때마다 나는 ‘피비린내 나는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회고했다.

영국의 고위 공무원은 “존슨의 모욕적인 이야기들이 대체 어디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가 영국의 여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하원은 24일 차기 총리에 대한 최종 의결에 돌입한다.

현재 존슨 측 선거 캠프는 ‘취임 100일 계획’을 수립하며 내각 인사를 조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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